[아침을 열며] 생각의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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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  발행일 2017-02-13 제30면   |  수정 2017-02-13
20170213
박소경 호산대 총장

생각의 집에 갇힌 사람도
중용의 삶을 실천한다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를 관조하여
진정한 행복 찾을 수 있어


‘수녀와 비구니가 가장 훌륭하다.’ 아버지의 이 말씀은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나 보다. 지음(知音) 같은 수녀님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가난을 실천하는 프란치스코수도원 소속의 수녀님은 은인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한 후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휴가 오는 귀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청도 운문사를 찾았다.

그날 우리의 움직임과 대화, 운문사 뜰의 전경은 지금도 또렷이 남아있다. 비구니 스님과 수녀님은 금세 친해졌다. 몇 발자국 뒤에서 걸으며 두 분의 청명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옮기려고 오시는 줄 알았죠.” “하하!” “젊은 스님들이 자기 문제에 사로잡혀 있어요. 수녀님들은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아뇨, 저희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준다는 점만으로도 그분들을 존경한다.

18세기에 살다 간 칸트의 위대함 중의 하나는 사고의 법칙을 발견하여 제시한 것이다. 감각과 지각, 감성, 지성, 개념 형성의 순서는 지금의 뇌과학에 비추어도 오류가 없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포착하는데, 정서적 반응을 조율하고 저장된 기억과 연관 지을 때 비로소 의식적이 된다. 우리 각자는 가치를 선별하는 자신만의 렌즈를 가지고 있어서 그때그때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아에게는 적응과 생존이 필수적인 가치일 것이다. 유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친구와 적, 선과 악, 개개인의 가치는 세상과 사람을 다양한 수준으로 나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아리스토텔레스만큼이나 유명하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중용은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의 중용이다. 명예와 관련하여 지나침은 허영심이며 모자람은 소심함, 중용은 ‘포부가 큰 사람’이다. 분노와 관련해서 지나침은 성마른 자이며 부족함은 화낼 줄 모르는 자, 중간은 ‘온화한 사람’이다. 감정 안에서 지나침은 숫기 없는 사람이며 부족함은 파렴치한 사람, 중용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다. 참과 관련된 중용은 ‘진실성’이며, 부당한 것에 대한 중용은 ‘의분’이다. 모든 행위와 감정이 다 중용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용기와 절제, 고귀함과 탁월함’에는 과도와 부족이 없어 극단적인 것이 중용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생각의 집 안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내가 참이라고 믿었던 것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길 때, 잠시는 혼란스럽지만 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음은 수수께끼와 같아서 한 대상 안에 정반대의 감정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런 가치의 충돌을 ‘앰비밸런스’라 부른다. 기존 논리학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모순이었다. 하지만 현대 철학에서는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것이 가능해졌다. “생각을 일부러 바꿔보는 훈련을 하면 논리성과 유연성이 동시에 좋아진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차이의 사상’이다.” “몸을 가진 인간은 그 자체가 양의성을 띤다. 자유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을 가짐과 동시에 세계 속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중용’을 교훈 삼아 ‘정지된 생각’과 ‘움직이는 생각’으로 나누어 본다. 움직이는 생각이란 사색, 사유, 숙고, 성찰 같은 것을 의미한다.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건강한 뇌는 필요할 때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이동할 수 있는, 즉 복잡성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잘 숙고하고 관조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드는 것도 아니며, 하루가 봄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듯 행복한 하루나 짧은 시간이 복되고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 생애를 통한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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