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흑역사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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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4   |  발행일 2017-02-14 제31면   |  수정 2017-02-14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잊고 싶은 과거’를 뜻하는 ‘흑역사(黑歷史)’를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와 관심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1천31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흑역사’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의 86.7%가 ‘직장생활 중 흑역사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58.2%)은 직장생활 1년차 때 일어났다고 한다. 또 직장인들이 가장 지우고 싶어하는 ‘흑역사’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던 업무상의 실수와 잘못(37.7%), 그다음이 동료와의 마찰과 불화(30.0%), 각종 술자리에서의 실수(28.6%)가 뒤를 이었다.

‘흑역사’의 주인공이 된 직장인 중 절반가량(47.5%)은 ‘정면승부’를 극복 방법으로 택했다. 2위는 모르쇠 작전(16.1%)이, 3위는 조직 이탈(13.4%), 4위는 백배 사죄(12.2%) 등의 순이었다.

현대 직장인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이 같은 흑역사를 기업은 갖고 있지 않을까. 재계 순위 6위로 대구·경북의 대표기업인 포스코도 잊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

포스코는 역대 회장들의 진퇴가 모두 정치권력에 좌지우지되는 비운의 역사를 갖고 있다. 창업주인 박태준 회장은 문민정부 출범과 집권 여당과의 갈등으로 물러나야 했다. 2대 황경로 회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3대 정명식 회장도 1993년 3월 취임했으나 1년을 넘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8년 3월 자진 사임했다. 이어 5대 회장으로 취임한 유상부 회장 역시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 물러났다. 6대 이구택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MB정부 출범 1년 뒤 자진사퇴했고, 7대 정준양 회장 역시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2014년 3월 돌연 사퇴한 뒤 검찰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8대 권오준 회장이 임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퇴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 직장인들 절반가량이 정면승부로 흑역사를 극복한 것처럼 포스코도 이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공법으로 흑역사를 걷어낼 때가 됐다. 그렇게 돼야만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을 수 있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 하지 않을까.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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