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건강하게 모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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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5 07:51  |  수정 2017-02-15 07:51  |  발행일 2017-02-15 제23면
[문화산책] 건강하게 모여보자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내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괜찮은 취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화’를 들겠다. 대화는 목적에 따라 그 색깔이 다르다. 어떤 사업이나 일을 추진하기 위해 얘길 나누거나, 회사나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한 면접도 있을 것이고, 강사가 여러 사람을 상대로 베푸는 강연도 있다. 이렇듯 인간은 결국 말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수없는 말을 나누며 산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근육 중 가장 발달한 곳이 입 근육이며, 사람들이 더 많은 말을 하려고 하다보니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지구온난화가 심해진 것이라고 ‘생각할 뻔’ 했다. 사람들은 정말 말을 잘한다. 쉰 말, 군말, 쓴 말, 비트는 말, 꼬는 말 등 때와 장소에 따라 어찌 그렇게 청산유수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 당사자와 동질감을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뒷담화를 즐기기도 한다. 뒷담화의 매력은 너무나 은근하고 짜릿해서 어떤 사람에게는 거의 악마의 유혹과 같은 중독성을 띠기도 한다. 늘어나는 커피숍의 수만큼 자신들이 저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뒷담화의 제물이 되는지 낱낱이 알게 된다면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참신하고 예쁜 말들은 다 어디로 숨었을까. 서로를 편안하게 숨쉬게 하고 마음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말들은 또 어디로.

건강한 말들을 다시 생포하려면 우리는 어떤 일들을 생각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에 대한 방법으로 ‘건강한 모임’을 생각해 본다.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자신이 그 모임의 주동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 모임의 목적이 책이든 운동이든, 취미생활과 인문학이든, 정치경제든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사람의 흠 잡을 필요없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 보면 어떨까. 우리가 자꾸 남에 대한 이야기에 천착하는 것은 중심이 자기 안에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곧 불행에 다름 아니다. 건강한 모임에서 내가 우리가 되고 우리라는 동질감과 소통을 통해 ‘나’를 찾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에서 살 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희곡읽기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처음엔 배우들 모임이었는데, 모임이 잘 꾸려져 성악·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며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올해는 내 주변에서 그런 모임을 다시 꿈꿔본다. 좋은 생각,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사교, 아주 커다란 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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