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오상고 석연찮은 채택과정 ‘파장 불가피’

  • 김제덕·박현주·최영현·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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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6 07:27  |  수정 2017-02-16 07:27  |  발행일 2017-02-16 제10면
■ 국정교과서 학교 경북 3곳
문명고 “사립학교의 고유 권한”
오상고 평교사 동의없이 채택
경북항공고 보수-진보 맞시위
문명고·오상고 석연찮은 채택과정 ‘파장 불가피’
15일 오전 영주시 풍기읍 경북항공고 정문에서 경북교육연대, 영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특성화고교인 경북항공고(교장 김병호)는 1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북항공고는 최근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사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석 교사 23명 중 13명이 찬성(반대입장 교사 2명 추후 동의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과반수가 찬성함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와 진보단체 간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전교조 등 영주지역 일부 사회단체 회원 10여명이 학교 앞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취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보수단체 회원들도 학교를 방문해 태극기를 들고 지지 시위를 벌였으나 양측 간 마찰은 없었다.

전교조 영주시지회 장성두 지회장은 “국정교과서는 최종본에서도 600여 개의 오류가 발견된 잘못된 교과서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잘못된 교과서를 갖고 무리하게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오류가 수정된 다음에 (신청)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명 박정희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현대사 부분이 너무 편중된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시위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교를 방문한 보수단체인 풍기읍 재향군인회원은 “전교조 등에서 반대집회를 한다기에 혹시 불상사가 있을까 싶어 방문했다. 학교를 응원해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연구학교 신청 지지 시위에 나선 한 주민은 “지난 정권의 역사교과서는 좌편향적이어서 자라나는 학생에게 해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호 교장은 “군특성화고교로 군에서 배우는 정훈교육과 일치된 국가관을 미리 고등학교에서 심어주는 것이 학생들의 정신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구학교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산의 문명고(백천동) 역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명고는 이날 오후 5시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연구학교 신청을 결정했다. 교사들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교장이 학부모를 설득해 5 대 4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교조 측이 17일부터 3월16일까지 학교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기로 하고 경산경찰서에 집회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택정 문명고 재단이사장은 “전국 초·중·고 사립학교협의회에서 지지 선언을 했고 교과서를 연구하는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과서 연구 선택도 사립학교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또 “학교에 따라 종교이념이 있듯이 우리 학교에는 건학이념이 있다. 새마을운동으로 국민훈장을 받고 5·16민족상을 수상한 전 이사장의 건학이념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지만, 보는 시각의 차이로 충돌이 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구미 오상고의 평교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는 며칠 전 부장급 교사들이 모여 국정교과서에 대해 논의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만큼 교사들이 먼저 다른 교과서와 비교해 보자는 취지로 토론회의를 연 것. 당시 오상고는 부장교사 회의를 열었지만 채택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상고는 교장, 교감, 역사교사 등 3명이 모여 회의를 한 뒤 일반 교사의 동의 없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고 평교사 A씨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오상고 교사 80%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동의한 것처럼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통과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재학생 및 졸업생까지 이 문제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천고는 당초 연구학교 신청을 하기로 했으나 학부모 50여 명이 교장실을 찾아 이날 밤늦게까지 항의하자 신청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제덕·박현주·최영현·조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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