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 글·사진 넣으면 가짜뉴스 줄줄 ‘비상’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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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6 07:53  |  수정 2017-02-16 09:06  |  발행일 2017-02-1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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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가짜뉴스를 담은 노컷일베의 홈페이지. 신문형태로도 인쇄돼 각종 집회·시위 현장 에서 배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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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파닥’에서 제목, 내용, 사진 등을 업로드하면 기사형태의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카메라 혹은 휴대폰만 있으면 ‘뉴스’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엔 누구나 기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가짜뉴스(Fake News)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퍼진 각종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탄핵정국에서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의 가짜뉴스들이 생산되고 있다.


탄핵정국 악성루머 판쳐
쉽게 제작가능한 앱·사이트 등장
SNS로 빠르게 확산돼 여론 호도
인쇄물로도 유통…진위검증 비상



가짜뉴스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는 아니지만 기사의 형식을 갖춰 뉴스처럼 실제로 있는 일인 듯 꾸며 쓴 허위정보다. 가짜뉴스는 인터넷, SNS 등이 발달하면서 언론사의 기자가 아니어도, 많은 인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누구나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 촉발됐다. 더불어 SNS로 쉽게 공유되고 전달할 수 있어 가짜뉴스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

최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인 버즈피드는 페이스북으로 유통된 미국 대선 관련 가짜 뉴스 톱5를 선정했다. 1위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2위는 ‘위키리크스,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판매 확인’, 3위 ‘클린턴의 이슬람국가 e메일 유출,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해’가 꼽혔다. ‘클린턴 어떤 공직에도 맞지 않아’ ‘클린턴 e메일 용의자 FBI요원, 아내 죽인 뒤 자살한 채 발견’이 뒤를 이었다.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1위를 기록한 기사는 공유·댓글이 96만건이나 되고 2위 기사는 78만9천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 내 유학생 6만명을 촛불집회에 몰래 참석시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다’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가짜뉴스들이 온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선 ‘노컷일베’ ‘프리덤뉴스’ ‘미디어워치’라는 이름의 가짜뉴스들이 적힌 인쇄물이 제작돼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상업적·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가짜뉴스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의도적·악의적·반복적으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행위는 내사나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 퇴치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잘못된 주장이 공유되거나 정확한 콘텐츠를 실수로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스스로 사실을 판단하는 중재자가 되는 대신에 커뮤니티와 믿을 만한 외부 그룹에 의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기성 언론 보완재로 1인미디어

1인미디어의 증가가 가짜뉴스를 범람케 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짜뉴스는 ‘페이크뉴스’ 등 간단한 앱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 제목과 본문, 사진을 넣으면 기사형식의 이미지로 바뀐다. 한국어로 입력할 수 있는 앱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는 사이트 ‘데일리파닥’은 아직 운영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데일리파닥 사이트에선 악의적인 가짜뉴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본 사이트를 통해 대통령 선거 관련 후보(예정)자와 그 가족에 대한 비방·흑색선전·허위사실유포 등의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공지글을 게재했다.

앱이나 사이트 등으로 누구나 쉽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뉴스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기성 언론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1인미디어도 함께 증가했다.

아프리카TV,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으로 인터넷 생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사회적 사건의 전반을 편집 등의 가공 없이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언론들이 선별되고 정제된 정보를 전달한다면 1인미디어는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1인미디어는 기성 언론들에 선택받지 못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항을 전달할 수 있고 잊혔던 사건들도 다시 재조명받을 수 있게 한다. 이번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등에서 특히 1인미디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자로’의 ‘세월X’ 영상도 이 사례에 해당한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대통령의 행적이 모호했던 7시간에 가려져 침몰원인에 대한 논의는 다소 적었는데 해당 세월X 영상을 통해 침몰원인 규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역에서 집회·시위현장을 취재해 유튜브에 게재하는 문광덕씨(41)는 가짜뉴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문씨는 “최근 집회현장에서 타블로이드 형태의 가짜 신문들을 많이 봤다”며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스스로 팩트체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50대 이상의 분들은 ‘이런 일도 있었냐?’며 되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이 가지는 책임감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단순히 기사형식을 빌려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소규모미디어들에 오히려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걱정스러움을 나타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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