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비전공자들의 음악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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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07:47  |  수정 2017-02-17 07:47  |  발행일 2017-02-17 제17면
[문화산책] 비전공자들의 음악사랑
조현진 <성악가, 저널리스트>

얼마 전 미국 맨해튼 음악대학과 여러 대학 학생들이 연합으로 마련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참여했다. 개인의 연주 실력으로는 뛰어난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상위권 음악대학에서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교향곡도 연주에 포함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음악대학 학생들이 아닌 비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이런 교향곡을 연주한다는 것이다.

음악 전공도 아닌 이들이 자신이 속한 분야의 일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시간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런 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런 활동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은 당연하다. 또 단순히 음악 연주만이 아니라 전체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음악을 통해 배우는 여러 문화에 대한 공부는 단순한 금액이나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음악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갖고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기회도 된다.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도 장점이다.

대학에서 전공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음악동아리가 참여자들의 또 다른 예술적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을 봤다. 어떤 학생은 화학 기호 하나하나에 음을 매치시키면서 새로운 곡을 만든다. 문학 전공 학생은 연주회에서 시 한 수, 음악 한 구절을 번갈아 연주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어떤 피아니스트는 클래식을 주로 연주하지만, 가끔은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의 에세이를 랩으로 풀어 노래한다.

학교에서 정식 음악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혼자 악기를 배운 뒤 아프리카 아이들과 음악 밴드를 만들어 활동한 고(故) 이태석 신부님을 보라. 음대를 나오지 않았지만 감동을 주는 훌륭한 연주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용기와 행복을 주었다. 이들은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덕분에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이 다른 분야와 융합되어 더 큰 감동을 준 것은 물론 음악의 발전에도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

이와 같이 비전공자들도 음악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 나아가 예술의 힘이다.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연주자의 진실성이 녹아있을 때 진정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한다. 조현진 <성악가,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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