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미녀 암살자…김정남 살해 여성 용의자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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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22면   |  수정 2017-02-17
[미디어 핫 토픽] 미녀 암살자…김정남 살해 여성 용의자
CCTV에 잡힌 김정남 살해 여성 용의자.

‘LOL’이라는 큰 글자가 찍힌 긴소매 흰 셔츠, 짧은 치마, 그리고 짙은 립스틱.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김정남을 살해한 여성 용의자의 CCTV 속 모습, 첩보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스파이를 연상케 한다. 현지 경찰이 15일 체포한 이 여성은 베트남 여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못한다. “공항에서 만난 남성 4명이 승객에게 장난치자며 제의해, 김정남에게 접근 후 얼굴에 (액체를) 분사했다”며 살인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일 가능성도 있다. 특수훈련 받은 북한 공작원이라면 범행 후 공항에 다시 나타나는 어설픈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범행에 이용당했든지, 북한 공작원이든지 이 여성이 살인에 가담한 건 사실이다.

병법 36계 중 31계가 ‘미인계’다. 미모의 여인을 앞세워 현혹시켜 판단 미숙을 유도한다는 전략. 김정남을 제거하기 위해선 남성보다는 여성을 접근시키는 게 쉽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북한은 노동당 35호실로 불리는 대외 정보 조사부에서 미인 비밀요원을 길러낸다. 출신 성분이 좋고 외국어 구사 능력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난 10대 소녀를 선발해, 태권도 3~4단 정도의 무술실력에 섬을 오갈 수 있는 수영 실력까지 갖춘 ‘살인 병기’로 변신시킨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KAL기를 폭파한 김현희도 35호실 소속이다. 이번 살인사건 발생 후 여자 간첩 원정화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74년생인 원정화는 15세 때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발탁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남파된 원정화는 일곱살이나 어린 국군 모 부대 정훈장교에게 접근해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군사 기밀을 빼냈다. 이 정훈장교는 뒤늦게 원정화의 정체를 알고도 헤어지지 못한 채 내연관계를 지속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마음까지 뺏을 수 있는 여자 간첩의 ‘치명적 무기’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네티즌은 미모의 암살자뿐만 아니라 김정남 피살사건 원인에도 다각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정남은 북한의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로 데리고 있었던 거다. 김정은은 그런 김정남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살해한 거다”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이 진짜 선제타격을 고려한 듯, 그래서 북한이 이를 막기 위해 암살한 거 같아. 중국은 북한 붕괴 시 이북 4개 도(평북·자강·양강·함북)에 친중적인 과도정부를 검토했고, 대안카드로는 김정남(친중)이 고려됐겠지. 북한으로선 김정남을 없애면서 중국의 대안카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그럼 중국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진 미국도 무력 사용을 재고할 테니까”라며 복잡한 구도를 파헤쳐 보기도 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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