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문재인과 ‘노무현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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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8   |  발행일 2017-02-18 제23면   |  수정 2017-02-18
[토요단상] 문재인과 ‘노무현 시즌2’
최병묵 (정치평론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大選) 공약을 연속으로 발표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기준 7주 연속 독주(獨走)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3월9일이나 10일로 보이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일지, 기각일지 몰라 대선 날짜를 예측할 순 없다. 굳이 예상을 하자면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몇 달 뒤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아주 높다는 말이다. 때문에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누구인가.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로 불린다. 나이는 7살 차이지만 인간적으로 아주 가깝다. 본인도 관계를 부인하지 않는다.

노무현정부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역사적으론 아직 이르다. 시각에 따라 확연히 다르기도 하다. 대통령 개인 평가와는 별개로 노무현정부 5년 내내 정치든 경제든 안정을 찾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외교·안보도 “반미면 어때”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시작해서 해외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남북정상회담으로 막을 내렸다. 정치를 포함해 국정 혼선(混線)의 연속이 정확한 진단이다. 앞으로 좀 더 정밀한 역사·학문적 분석이 뒤따라야 할 대목이긴 하다.

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철학과 최근 정치·정책적 움직임이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1월 말 열성적 지지자(이른바 문빠)가 비문(非文) 진영 의원들에 가하는 ‘문자테러’에 대해 “(정치인이라면) 문자테러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옹호했다. 또 “정권교체를 통한 새 시대의 첫차가 되겠다”고 말해 “구세대의 막내, 새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대로 본뜬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작년 12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는 ‘국가대청소’를 주장했다. 박근혜정부를 전면부정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과거사를 반칙과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한 것과 판박이다.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그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특혜’를 없앨 때가 됐다”며 “종편이 일정 시기마다 재인가를 받을 텐데 재인가의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잘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정부 때 방송을 시작한 종편에 대해 문 전 대표측은 편파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매우 일방적이다. 문 전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종편 재인가까지 들먹였다. ‘위협’인 셈이다. 조·중·동이란 프레임을 노무현정부 시기 맨 처음 사용한 것은 알려진 일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당선 후 한겨레신문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임기 내내 발행부수가 많은 몇몇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던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작년말 안보무능, 방산비리, 병역기피, 종북몰이를 4대 안보적폐로 들었다. 더불어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안보를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알다시피 한반도 안보 불안의 핵심인 북한핵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첫 실험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핵 해결을 위한 남북 또는 다자(多者)간 대화의 실패를 무수히 겪었던 것도 노무현정부 때였다. 대화 기조를 완전히 버릴 순 없다 해도, 대화로 시간벌기를 하려는 집단에 대한 전략적 접근법을 내놓지 않으면 성공 예약은 공염불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비전이 새롭지 않은 것은 왜일까. 그는 지난 14일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10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이다. 위원은 해당기간 장·차관을 했던 60명쯤이다. 문재인 캠프 구성원 대부분도 노무현정부 때 사람들이다. 스스로를 ‘진보’ 울타리에 가둔 셈이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론 손님(유권자)들의 변한 입맛(요구)을 따라잡을 수 없다. 정치는 음식보다 훨씬 변화무쌍하다. ‘원조 노무현’ 논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다 된 것은 아니다. 전대미문의 최순실 사태로 야권이 대선을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것을 부정할 순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노무현정부를 따라 하겠다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노무현정부에 대한 호불호로 투표한다면 지금도 불호가 많을지 모른다. 더구나 4~5월이 되면 판이 어찌될지 누가 알겠는가.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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