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24편 중 6편…한국영화, 여성을 주목하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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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0 08:15  |  수정 2017-02-20 09:23  |  발행일 2017-02-20 제22면
2016 한국영화산업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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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영화계에서는 ‘여성’이 많은 화제작을 낳았다. 왼쪽부터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 김민희 주연의 ‘아가씨’, 이언희 감독의 작품 ‘미씽:사라진 여자’의 한 장면.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지난해의 뜨거운 논쟁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으킨 여성 혐오 현상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녀 사이에 과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또 문단 내 성폭행 사건같이 각 분야에서 만연해 온 성폭력 사건들이 드러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한국 영화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24편 중 ‘덕혜옹주’ ‘아가씨’ ‘굿바이 싱글’ ‘귀향’ ‘날 보러와요’ ‘미씽:사라진 여자’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 6편이었다. 2015년 3편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여성 감독의 작품 역시 2편으로 한 편도 없었던 2015년과 대조된다.


2016 한국영화산업 결산
여혐·성폭력 사건 큰 파장
덕혜옹주·아가씨·귀향 등
女주인공 영화 상업적 흥행

男주인공 보조·피해자 역할
女캐릭터 입지 아직은 미흡
싱글라이더·악녀·장산범 등
올해도 여배우 주연作 다채



◆장르의 다양성

역사물에서 코미디·미스터리 스릴러까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의 장르는 다양해졌다.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는 ‘덕혜옹주’와 ‘귀향’이었다. 6편의 작품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덕혜옹주’는 일본으로 끌려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배우 손예진이 출연했다. 그동안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이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덕혜옹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역사물의 새로운 장르를 연 것이다.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귀향 보기 운동’ 등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큰 화제를 일으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배우 김민희와 신인 김태리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이 작품을 통해 김민희와 김태리는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미씽:사라진 여자’와 ‘날 보러와요’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미씽:사라진 여자’의 경우 감독도 여성이고 주인공도 여성이다. ‘미씽:사라진 여자’와 ‘날 보러와요’ 모두 남성 중심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개봉한 ‘굿바이 싱글’은 전형적인 코미디물로 배우 김혜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여성 캐릭터의 입지는 여전히 미흡

여성 주인공 영화의 관객과 작품은 늘었으나 여전히 영화에서 여성의 비중은 남성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0만명 이상의 한국영화 24편 중 벡델 테스트 7편, 마코 모리 테스트 8편으로 2015년 8편, 10편보다 줄어들었다. 벡델 테스트와 마코 모리 테스트는 영화에서 양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이다. 벡델 테스트는 ①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②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③남성에 대한 것 이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을 기준으로 영화에서 양성평등지수를 평가하는 것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위의 6개 영화 이외에 ‘부산행’이 있었다. 마코 모리 테스트는 ①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할 것 ②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닐 것 ③그 이야기가 남성 인물의 이야기를 보조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극 중 여성 주인공의 비중과 독립성에 중점을 둔다. 마코 모리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위의 6개 작품 외에 ‘판도라’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였다. 벡델 테스트와 마코 모리 테스트 결과를 보면 여전히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입지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은 대부분 남성 주인공의 보조 역할 혹은 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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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공효진 주연 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오는 22일 개봉 예정.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17년 여성영화

2017년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이 감독을 맡는 영화는 지난 1월 개봉한 ‘여교사’와 개봉 예정작인 ‘싱글라이더’ ‘악녀’ ‘장산범’ ‘궁합’ ‘시간 위의 집’ ‘비정규직 특수요원’ 등이다. 사극 로맨스부터 액션·미스터리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1월 개봉한 ‘여교사’는 김하늘·유인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제자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여성의 심리를 담았다. ‘싱글라이더’는 여성 감독의 영화다. 이주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데뷔작이기도 하다. ‘악녀’는 배우 김옥빈이 출연하는 영화로 액션 장르인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김혜수·김윤진·강예원·한채아·심은경 등 다양한 여배우들이 2017년 한국의 여성 영화를 이끌 예정이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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