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朴 대통령, ‘역사의 기록’ 남길 때다

  • 송국건
  • |
  • 입력 2017-02-20   |  발행일 2017-02-20 제30면   |  수정 2017-02-20
탄핵,운명의 일주일 시작
‘음모의 희생자’라는 朴
특검 대면조사에 응하고
헌재 최후변론에 나가서
역사 앞에 상황 설명해야
[송국건정치칼럼] 朴 대통령, ‘역사의 기록’ 남길 때다
서울취재본부장

박근혜 대통령에게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헌재의 탄핵열차가 종착점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다. 헌재는 막바지 탄핵 로드맵을 그려놓았다. 22일(수요일)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다. 다음날인 23일(목요일)까지 국회 소추인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후진술서를 받는다. 또 그다음 날인 24일(금요일) 최종 변론을 실시한다. 이후 2주일가량 평의(評議·헌재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사건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를 열고, 탄핵결정문을 작성한다. 최종 결정은 3월9일이나 3월10일 발표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 측이 시간을 끌기 위해 최종 변론을 3월로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추가증인을 신청했지만 헌재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정미 재판관(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내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까닭이다. 헌재 재판관 정원 9명 가운데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만큼 8명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심리를 끝내는 게 절차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맞다.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인용을 결정하면 박 대통령은 즉각 파면돼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인용 의견이 5명 이하면 탄핵안은 기각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고 내년 2월25일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탄핵결정 불복종 운동이 일어날 게 뻔하다. 만일 탄핵이 인용되면 그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은 어떤 인물들이 나서더라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정면 충돌하는 구도 전쟁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패배한 쪽에서 ‘대선 불복종 운동’을 벌일 걸로 예상된다. 벌써 정치권이 그런 저항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한 주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새로운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셈이다.

그런 반목과 갈등을 성숙한 국민의식과 양식 있는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온전히 피해 가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한국사회 성장통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박 대통령은 ‘운명의 일주일’ 동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현재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를 분리하기 위해 ‘고영태 녹취록’의 헌재 증거 채택을 요구하는 동시에 특정 언론에 녹음 테이프를 흘리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막판까지 헌재의 결정을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노력을 하는 건 말릴 수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은 ‘역사의 기록’도 생각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역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객관적 잣대를 남기기 위한 ‘애국심’도 함께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활동시한이 이달 말까지인 특검의 대면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같은 전·현직 참모들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특검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하면 역사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걸로 받아들인다. 더욱 중요한 건 헌재의 최종 변론에 직접 출석해서 대통령의 말을 남기는 일이다. 그동안은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 청와대 출입기자 신년인사회, 우호적 인터넷 TV와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번 사태를 ‘거짓으로 쌓아올린 가공의 산’ ‘오래전부터 기획된 음모’라거나 “나를 엮은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통령 탄핵을 최종 결정할 헌재의 결정문에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만일 박 대통령의 말이 진실이라면 또 다른 미래의 집권자가 진실과 다르게 희생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