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한 장 크기 퇴출구에 몸 구겨넣어 인형 싹쓸이…"저게 가능?"

  • 입력 2017-02-20 14:54  |  수정 2017-02-20 14:54  |  발행일 2017-02-20 제1면
술 취한 10∼20대 인형퇴출구에 몸 집어넣어 절도
잊을 만 하면 인형뽑기 기계에 들어가는 사람들 수두룩

지난달 25일 새벽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무인 인형뽑기방 대형 인형 뽑기 기계 앞에 다섯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들 중 몇몇은 이미 뽑기 기계에 돈을 쏟아부어 뽑은 인형 하나씩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다.
 한참을 뽑기 기계 앞에서 서성거리던 남성 중 앳돼 보이고, 비교적 왜소한 체격의 이모(19)군이 뽑은 인형이 나오는 퇴출구로 갑자기 엎드려 기어들어갔다.

 'A4(210x297㎜)' 크기 종이 한 장 만한 크기의 퇴출구로 어렵사리 상반신을 모두 넣은 이군은 손을 뻗어 기계 안에 매달려 있는 인형을 잡아당겼다.
 몸을 구겨 넣는 고통을 견디며 노력했지만, 인형은 흔들리기만 할 뿐 떨어지지 않았다.
 못 참겠다는 듯 인형 뽑기 기계에서 몸을 빼낸 이군은 고통스럽다는 듯 모자를 고쳐 쓰며 어깨를 매만졌다.
 옆에 있던 친구가 두 번째 시도를 해봤지만, 고작 어깨만 기계 안으로 들이밀고실패했다.

 친구들의 부추김과 응원을 받은 이군은 이번에는 하늘을 보고 누워 뽑기 기계 퇴출구에 포폭자세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인형 두 개를 손으로 잡아당겨 빼내는 데에 성공했다.
 친구들은 마치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 기뻐했고, 기계 안에서 구겨 넣은 몸을 빼낸 이군은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성취감을 만끽했다.

 이군의 욕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형 뽑기기계 안에는 포켓몬스터 '피카추', 일본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등 욕심나는 인형이 남아있었다.
 이군은 수차례 누가 오는지 바깥을 기웃거리다 좌우 두 곳의 퇴출구에 몸을 잇달아 집어넣어 기계 안에 있던 인형 6개(4만5천원 상당)를 모조리 빼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이군 친구 4명은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이군의 몸을가려주고, 망을 보며 도왔다.
 이들의 기행은 고스란히 가게 안에 설치된 CCTV에 찍혔다.

 경찰은 당돌한 인형 절도범들을 붙잡기 위해 20여 일 동안 100여 개의 CCTV를 뒤져 이군과 친구 4명을 붙잡았다.
 경찰서로 붙잡혀온 이들은 술을 마시고 인형뽑기방을 찾았다가 가진 돈 3만원을모두 탕진하고 인형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인형뽑기기계에 사람이 들어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4시께 인천시 서구 석남동에서는 인형이 잘 안 뽑힌다는이유로 술에 만취해 기계 안으로 기어들어가 갇힌 20대 여성이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 여성은 망을 봐준 친구와 함께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2015년에는 서울에서 9살 아이가 인형뽑기 기계안 인형이 탐나서 손을 뻗어 빼내려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 갇히는 사고가 나기도 하는 등 인형뽑기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2013년 6월 부산에서는 에는 30대 남성이 작고 유연한 신체를 이용해 인형뽑기 기계에 들어가 물품을 훔치다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자판기 주인에게 발각돼 기계안에 꼼작 못하고 갇혀 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인형 뽑기로 700여만원을 날리고 빚까지 져 화가 났다고 범행 동기를밝혔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