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실패한 귀농엔 다 이유가 있다”

  • 남해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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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  발행일 2017-02-22 제13면   |  수정 2017-02-22
[시민기자 세상보기] “실패한 귀농엔 다 이유가 있다”

이번 겨울엔 귀농상담이 유난히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귀농카페도 회원 가입이 예년에 비해 두배나 늘었다. 그만큼 도시에서의 삶이 팍팍해졌거나 새로운 삶의 활로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 더 치열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귀농귀촌이 이미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농촌과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현장에서 예비 귀농인들을 만나다 보면 요즘은 귀농을 권장하기보다 말리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낀다. 귀농의 실상을 얘기해 주면 실제로 금세 마음을 고쳐먹는 사람도 있다. 묘한 보람(?)을 느낀다. 진짜 와야 될 사람이 미리 온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괜히 ‘땅값’만 올려놓은 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않고 막아서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귀농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유형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정 안되면 농사나 짓지’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농사를 아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중에 호되게 당한다. 이들은 기술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일손을 못 구해 애를 먹는다. 평생 농업에 종사한 농민들에게도 농사는 여전히 어렵고 고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귀농 준비가 현저히 부족한 사람들이다. 준비가 부족하면 그만큼 손해가 막심하다. 10년 준비한 사람은 평당(3.3㎡) 3만원 이상 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2만원도 어려운 것이 귀농의 실상이다. 셋째, 직거래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귀농을 권장하고 싶지 않은 유형이다. 직거래와 공판장 거래는 적어도 30% 이상의 소득 차이를 가져온다. 도시에서의 탄탄한 인맥, 사회적 신뢰관계가 없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 아울러 소득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도시에서 연봉 4천만원을 받는 사람은 굳이 지금 귀농할 이유가 없다. 순수 농업소득은 절반인 2천만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넷째, 귀농에 대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곧 경쟁력이다. 농부는 농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사람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스토리라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농장 자체가 볼거리와 체험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귀농은 사회적 이민’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귀농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귀농실패를 극복할 해법은 없는가? 농촌의 속살을 보여줄 귀농멘토를 찾아 나서라. 귀농선배를 붙들고 밤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3년, 5년의 세월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해길 시민기자 nampas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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