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정찰총국·보위성·생물연구원 '3자 협업' 유력

  • 입력 2017-02-22 00:00  |  수정 2017-02-22
北대사관 현광성, 駐말레이 외교관 명부에 없어…보위성 비밀요원 가능성
국정원 "정찰총국 등 정보당국 관여"…'제3기관' 생물연구원도 새롭게 등장
기획실행 정찰총국-현지지원 보위성-독극물 제조 생물연구원, 역할 나눈듯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벌어진 김정남(46) 암살 사건은 정찰총국과 국가보위성 등 북한의 핵심 정보기관들이 함께 동원된 '합작품'이 유력시되고 있다.


 북한의 해외공작 '컨트롤타워'인 정찰총국 요원들이 기획 및 실행을, 말레이시아 현지의 보위성 요원이 현장지원과 정보제공을, 그리고 북한군 산하 생물기술연구원이 신종 독극물 제조와 시험, 공급을 맡는 등의 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연루자로 지목한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은 대사관에 파견된 보위성 요원일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2016년 12월 기준 말레이시아 주재 외교관 명부(DIPLOMATIC AND CONSULAR LIST)를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북한 대사관 직원 가운데는'2등 서기관 현광성'이라는 인물이 없었다.


 칼리드 청장이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사진 자료에 따르면 현광성의 말레이시아도착 날짜는 이보다 앞선 2016년 9월 20일이다.


 현광성이 외무성 출신이 아니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보위성 소속 '블랙요원'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동남아 주재 북한 공관에 근무했던 고위급 탈북민은 "북한 대사관에는 보위성 요원이 파견된다"며 "현광성이라는 사람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면 보위성 소속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대사를 역임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북한 대사관에 파견된 보위성 요원에게는 보통 2등 서기관 직함을 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 테러나 요인 암살 등의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정찰총국은 보위성의 협조를 받아 김정남 암살 계획 실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김정남 암살은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지속적인 암살 기회를 엿보면서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을 비롯한 정보당국'이라는 견해는 최소 2개 이상의 기관이 암살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한 고위급 탈북민도 "김정남 암살같은 작전에는 보위성과 정찰총국 요원들이 모두 동원된다"며 "보위성은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행은 정찰총국 요원들이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양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이 정찰총국 실행조이고, 현광성이 대사관에 남아 있었다면 보위성 요원이라고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제3의 기관'인 북한군 산하 생물기술연구원이 이번 암살의 '집행부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외적으로는 생물농약 연구기관으로 알려진 이 기관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암살에 사용된 물질 개발 등에 중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받았다는 제보에 따르면 화학 담당 리성남과 제조 담당 리정철 등의 인물이 책임자로 확인됐다. 이중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현지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연구원 리정철(46)과 이름이 같다.


 체포된 리정철은 과학·약학 분야에 몸담았던 것으로 말레이시아 언론에 보도된바 있어, 동일인물이라면 생물기술연구원 소속으로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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