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북한 정부가 사건 배후’ 기정사실화…김정남 암살에 北 외교관 연루

  • 입력 2017-02-23 00:00  |  수정 2017-02-23
북으로 간 4명도 조사협조 요청
北 응할 가능성 없어 미궁 우려
말레이 경찰 ‘북한 정부가 사건 배후’ 기정사실화…김정남 암살에 北 외교관 연루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자 가운데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말레이 경찰 ‘북한 정부가 사건 배후’ 기정사실화…김정남 암살에 北 외교관 연루

22일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 추가 발표로 사건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수장이 직접 나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직원을 비롯해 북한국적 용의자 2명을 추가로 공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경찰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북한 측의 수사 협조가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라고 판단, 공개적인 ‘압박’에 나섰지만 북한은 강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의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번 사건의 연루자로 북한대사관 직원을 지목한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북한 외교관이 관련된 범죄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칼리드 청장은 실명으로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북한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을 거론하며 이들이 아직 말레이시아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광성이 김정남 암살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면 북한 정부 배후설이 입증되는 셈이다. 칼리드 청장이 이들 2명에 대한 인터뷰를 북한대사관에 요청했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말레이시아 사법권이 못 미치는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 안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남 시신 부검에 반대하며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한국 정부의 음모·조작이라고 반발하는 북한대사관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의식해 칼리드 청장이 “이들을 찾는 데 도움과 지원을 부탁한다"며 사실상의 ‘공개 수배’를 하며 대북 압박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김정남 피살 직후 출국해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조사 협조도 북한에 요청했다. 이들 용의자에 대한 서면 조사나 말레이시아 송환 같은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미가입국인 데다 말레이시아와 범죄인 인도협정도 맺지 않고 있어 양국 사법·형사 공조의 길은 막혀있다.

현지 경찰의 이번 수사가 북한의 협조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못하고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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