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독일에서 배운 인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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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3 07:57  |  수정 2017-02-23 07:57  |  발행일 2017-02-23 제20면
[문화산책] 독일에서 배운 인내2
전태현 <성악가>

인터넷을 신청하고 사용하기까지 두 달이 걸린 독일에서의 일상을 공개한 후, 몇몇 지인들이 관심을 보였고 질문을 했다. 두 달이나 걸린 게 사실이냐? 오버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그렇게 답답한 나라에서 살았느냐?

그래서 한번 더 그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다. 독일의 답답함은 그뿐이 아니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실질적 은행업무를 볼 수 있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주였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1주일은 지나야 받을 수 있었다. 가구를 사고 배달되기까지 걸린 시간도 약 1주일이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약속된 배송 당일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언제 배달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날은 외출을 못 하고 집에서 가구만을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일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갔고, 그러던 중 나와는 다른 독일인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인터넷 문제를 위해 도와줬던 어학원 선생님의 행동에서도 엿볼 수 있듯, 짜증 섞인 모습은 전혀 없이 상담원과 통화가 연결되기까지 30분을 자신의 일을 하며 묵묵히 기다렸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지불할 돈을 미리 꺼내 놓지 않고, 장 본 물건을 천천히 장바구니에 담은 후 그제야 지갑에서 동전을 하나씩 꺼내가며 계산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무도 불만을 내색하지 않았고, 직원은 손을 내밀고 동전을 하나씩 받으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어르신이 계산하기를 기다려준다.

독일 사람들의 여유는 운전할 때도 느낄 수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사람이 건너갈 수 있게 배려하며, 아무리 오랜 정체를 겪었더라도 얌체운전자의 깜빡이에 앞을 양보했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독일에서 몇 해 살다 보니 답답함이라 느껴졌던 것들이 더 이상 답답함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기다림이 더 이상 짜증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남들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동시에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까지 조금 생겨났다. 공공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뒷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문을 열어 잡아주기도 하고, 운전대만 잡으면 급하고 거친 성격으로 돌변하는 나인데 어느샌가 깜빡이 켜고 들어오는 차에 앞을 양보하기도 하였다. 물론 얌체운전자는 예외였다.

답답한 독일에 살면서 인내를 배웠고 더 나아가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오늘 하루 여유를 가지고 살며 얌체운전자에게도 배려할 수 있는 후덕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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