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전력 있는데…” 美한인사회 ‘추방 공포’ 확산

  • 입력 2017-02-24 07:44  |  수정 2017-02-24 10:08  |  발행일 2017-02-24 제12면

트럼프‘反이민 강화’조치 발표
대대적 불법체류자 단속 예고
경범죄자도 대상 포함돼‘벌벌’
영주권과 시민권 서둘러 신청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LA총영사관에서 출입국·이민 업무를 맡은 박상욱 법무 영사는 지난 17일 온종일 휴대전화 벨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류 미비자(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새로운 반(反)이민 행정 정책을 예고하면서 추방 공포감에 사로잡힌 한인 서류 미비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들 대부분은 LA 총영사관이 홈페이지에서 ‘미국 행정부 이민정책 강화 관련 유의사항’을 보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박 영사는 22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가운데는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걸려온 전화도 있었다는 것.

한인 이민자 보호 시민단체인 LA 민족학교와 시카고 하나센터, 버지니아 주 미주한인교육연합회 등에 설치된 ‘이민자 핫라인’도 반이민 행정각서 발효 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새로운 반이민 행정각서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명의로 발표하자 미국 내 한인사회가 ‘단속·추방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행정각서는 미국 내 이민행정 집행력과 국경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단속과 추방에 방점이 찍히면서 이전 이민 행정명령과는 다른 무자비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소한 교통위반도 단속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의 이민 싱크탱크인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내 서류 미비자 수는 1천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인 서류 미비자 수는 국토안보부 집계로 2011년 23만명이었으나, 2014년 16만9천명으로 줄었다.

LA 민족학교에 따르면 한인 서류 미비자들은 대부분 LA와 뉴욕 등 한인 밀집지역에 몰려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대리운전이나 음식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욱 법무 영사는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에 거주하는 한인 서류 미비자 수는 5만∼6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한인 54만여 명 가운데 10% 가까이가 서류 미비자인 셈이다.

LA 총영사관과 LA 민족학교에 걸려온 문의전화들은 대부분 음주운전이나 가정폭력, 경범죄 등 전과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여기에는 서류 미비자들뿐만 아니라 영주권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한인사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반이민 행정각서 발효로 대대적인 불체자 추방 작전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이민 당국은 지난 9일 미 전역 최소 11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체자 검거 급습작전을 펼쳐 이민자 680여 명을 체포한 바 있다. 단속요원들의 급습작전은 추방 대상 불법체류 이민자의 가정이나 직장을 급습해 체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9일 불체자 급습에서 한인 임모씨(25)도 캘리포니아 남부의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단속 요원들에게 붙잡혀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서둘러 따려는 한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민법 변호사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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