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6차 산업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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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22면   |  수정 2017-02-24
20170224

기존 산업에 스토리 융합
6차산업화가 성공하려면
농업 아닌 농촌의 문제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하고
젊은 피 수혈방법 고민을

문경새재로 유명한 문경을 최근에 다녀왔다. 문경은 1980년대까지 광산 36곳이 운영되던 대표적인 석탄도시였다. 인구는 16만명이 넘었고 지역 경제도 호황이었다. 그러나 에너지로서 석탄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1989년에는 에너지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인구도 덩달아 줄면서 지역 경제와 활력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이런저런 과거의 모습을 반추하면서 가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으나, 그런 생각은 도착하면서 전부 사라졌다.

석탄이 지탱하던 자리는 오미자가 대신하고 있었다. 오미자는 기침 등에 효능이 좋아서 예부터 한방약재로 사용된다. 문경은 오미자를 지역 특화작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이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농가소득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미자를 다양한 가공품으로 개발해 전국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문경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은 핵안보정상회의 만찬주, 세계물포럼 환영주로 선정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가공품 판매액만 500억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문경새재는 연중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주말에는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산이 험하고 골이 깊어 짐승과 산적의 습격이 잦자, 태종 15년에 문경새재를 관통하는 길을 내고 중간중간에 관원도 배치했다고 한다. 고려말, 새 왕조를 등지고 낙향한 영남지역 사림을 등용하기 위한 태종의 배려도 숨어 있다. 조선시대에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는 길은 추풍령길, 죽령길, 문경새재길 이렇게 3개가 있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주로 새재길을 많이 이용했는데, 추풍령길은 ‘추풍낙엽처럼 낙방’하고, 죽령길은 ‘죽죽 미끄러질 수 있다’는 징크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스며있다. 새재길 초입에는 광화문, 근정전, 교태전 등 조선조 건물 126개 동이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마 세트장도 있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한류 드라마 촬영현장을 찾아 가족단위로, 연인과 함께, 외국인을 포함한 단체 여행객이 찾고 있으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이 과거 합격자의 기(氣)를 받는다며 몰려들고 있다. 그들은 문경새재 인근에 방을 잡은 후 새재길을 걷고, 드라마 세트장에서 왕과 왕후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오미자 와인을 시음하고, 오미자가 들어간 고추장과 기념품을 사고, 향토음식을 즐긴다. 그 수가 연간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문경은 지금 농업 6차 산업화의 길을 가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그동안 이룬 성과도 많다. 6차 산업이란 농산물을 생산(1차 산업)만 하던 농가가 이를 가공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생산하고(2차 산업), 향토자원에 스토리와 테마를 입혀 관광·체험의 서비스산업(3차 산업)까지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1차·2차·3차 산업이 합쳐진 6차 산업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접한 사람들의 체험욕구를 불러 일으켜 ‘다시 찾고 싶은 농촌’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6차 산업화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만은 꼭 짚고 싶다. 먼저, 이제는 ‘농업’이 아닌 ‘농촌’의 문제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경쟁력 낮은 1차 상품에만 목매고, 정부의 가격 지지에 연명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산업으로서의 경쟁력 상실, 인구감소와 노령화, 삶의 질 악화 등의 문제는 농업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의 문제이다. 또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농촌을 이끌어 갈 젊고 유능한 인재들도 중요한 요소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6차 산업화의 성공스토리를 엮어 만든 책을 보면, 흩어진 농촌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젊은 인재들의 경험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귀농·귀촌 바람과 연계해 젊은 피를 수혈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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