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나쁜 손과 레이저...판커신과 우병우 전 수석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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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22면   |  수정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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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판커신의 ‘나쁜 손’과 우병우 전 수석의 ‘레이저 눈빛’. 연합뉴스

버릇이 참 무서울 때가 있다. 특정 상황에선 자신도 의식 못한 채 습관적 행동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운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중국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판커신의 ‘나쁜 손’이 3년 만에 재발했다.

판커신은 지난 21일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500m 결승에서 2위로 달리던 심석희가 인코스를 파고들어 자신을 추월하려고 하자 대놓고 다리를 잡아당겼다. 경기를 중계하던 한국의 해설자조차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석희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판커신은 동료 장이쩌에 뒤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비디오판독은 더욱 황당했다. 나쁜 손을 들이댄 판커신뿐만 아니라 3위로 들어온 심석희마저 실격처리한 것이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심석희는 동메달조차 목에 걸지 못했다.

한국의 네티즌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쇼트트랙에서 유일하게 손을 쓰는 나라가 중국이다. 결승에 중국 선수 두명 이상이 올라가면 한명은 다른 국가 선수와 자폭하고 동료에게 금메달을 밀어주는 더티플레이를 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중국의 금메달을 위해 ‘자폭 플레이’ 한 판커신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1위로 질주하던 박승희의 유니폼을 잡아채려고 몇 차례나 팔을 뻗었다. 박승희는 위기를 모면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레이저 2탄’도 말이 많다.

지난 2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 전 수석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던 중 질문하는 기자에게 또다시 ‘레이저 눈빛’을 쐈다. “구속 전 마지막 인터뷰일 수도 있는데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하는 기자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면 응시했다.

서울대 법학과 3학년 재학 중인 1987년 만 20세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한 우 전 수석. 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검사로 임관돼 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달렸다. 젊은 시절부터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자리에서 지내온 그에게 이날 기자가 말한 ‘구속’ ‘마지막’ 두 단어는 상당히 거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티즌은 “연신 교만한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며 모든 사람을 아래로 보고 이래저래 잘도 피해가는 인생, 이것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제일의 덕망이 됐어요”라고 비꼬았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에도 “가족회사 정강의 공금 유용 혐의를 인정하냐”라고 묻던 기자를 노려봤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을 땐 어떠한 질문과 추궁에도 레이저 눈빛을 쏘지 않았다. 그의 레이저는 만만한 상황에서만 발사되는 버릇이 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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