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아카데미’…오스카의 주인은 누구?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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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42면   |  수정 2017-02-25
뮤지컬영화 ‘라라랜드’ vs 영화제 150여관왕 ‘문라이트’…흑백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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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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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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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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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지금 영화계는 26일(현지시각)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으로 분주하다. 한 해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후보작들도 앞다투어 개봉 일정을 잡는 등 저마다 수상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아카데미상, 일명 오스카상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선정하는 상으로 세계 영화 산업의 엄청난 지분을 가진 할리우드에서도 가장 큰 영화상으로 꼽힌다. 어느 한 부문의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분야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완성도까지 인정받은 셈이다. 따라서 후보작들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 수상작을 예견한다는 것은 아무리 용한 영화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일이며, 사실상 큰 의미도 없다. 영화상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결과는 투표권을 가진 이들의 취향에 달려 있는 것일 뿐 수상작이 실제로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고 오만하다. 다만, 매년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을 결산하는 영화인들의 축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늘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인들에게도 격려와 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장르 영화들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블록버스터나 스타 캐스팅이 아닌 외국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창구로서의 순기능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은 주요 부문 후보로 올라있는 작품들에 대한 소개와 전망이다.


작품상 등 14개 부문 후보 ‘라라랜드’
클래식 영화 오마주로 향수 자극 강점

언어학 기반한 색다른 SF물 ‘컨택트’
드니 빌뇌브의 신선한 기법 높은 점수
‘맨체스터…’ 케이시 애플렉 남우상 유력

흑인 소년의 성장과정 담은 ‘문라이트’
‘백인잔치’ 아카데미가 마음 열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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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다미엔 차젤레)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14개 부문 후보

‘라라랜드’에 대한 할리우드의 찬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프리뷰라 할 수 있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녀 주연상은 물론이고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주요부문에서 7관왕을 차지하며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도 높여주었다. 국내에도 작년 말에 개봉해 관객 약 330만명을 동원하면서 ‘레미제라블’(2012, 톰 후버) 이후 뮤지컬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라라랜드’ 열풍에는 이미 ‘위플래쉬’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한 다미엔 차젤레의 위용이 있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1985년생) 그는 단 두 편의 장편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되었다. 그는 ‘위플래쉬’에서 괴팍한 스승과 제자의 갈등, 그들의 연주 장면만으로 러닝타임 내내 터질 듯한 긴장감을 불어넣더니 ‘라라랜드’에서는 나른하고 로맨틱한 질감의 천을 바탕으로 사랑의 시종(始終)을 수놓는 재능까지 발휘했다. LA의 파란 하늘과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의 사랑은 멜로드라마의 장르적 관습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특별하다. 특히 후반부 ‘그들이 처음부터 사랑을 느꼈다면’ ‘끝까지 이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연출한 장면은 전반적으로 알록달록, 달콤하기만 했던 초콜릿에 무채색의 씁쓸한 여운까지 더하며 풍미를 더한다.

또한 ‘라라랜드’에는 뮤지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셸부르의 우산’(1964)과 같은 작품을 비롯해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1955) 등도 직접 인용되어 향수를 자극하는데, 클래식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이러한 특징은 ‘라라랜드’의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제작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아카데미 회원들은 고전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


컨택트(드니 빌뇌브)

☞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8개 부문 후보

‘컨택트’는 ‘그을린 사랑’(2010),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2015) 등을 통해 영화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영화다. 이 작품은 특히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터스텔라’(2014)와 비견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두 작품은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SF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형식이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스텔라’가 천체물리학의 이론과 가설을 기반으로 했다면 ‘컨택트’는 언어학, 즉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은 SF 장르가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이 영화만의 색깔이기도 하다.

언어학자 루이스는 정부로부터 불쑥 지구를 방문한 외계생명체(햅타포드)의 정체와 목표를 밝혀내라는 요청을 받고 그들에게 ‘말을 건다’. 루이스의 작전을 통해 투명 방어벽을 사이에 두고 인간과 비인간으로 나뉘었던 이들은 각자 고유한 이름을 교환함으로써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소통에 대한 양방의 욕구가 밑받침된 언어 교육과 학습은 ‘공감’과 ‘교감’의 차원으로 나아가는데,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미래의 일을 보여주는 ‘플래시 포워드’ 기법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활용은 주목할 만하다.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언어학자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빠져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편집이나 촬영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기를 기대해 본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케네스 로너건)

☞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심리극이다. 사건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조의 죽음뿐이며 나머지는 그의 동생인 리와 아들인 패트릭,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심리 변화로 진행된다. 그런데 137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죽음과 장례, 남겨진 사람들의 정서에 다가가는 방식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과도 닮아있는데 서양의 배경과 인물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다르게도 보인다. 인류의 보편적 감정이 호소력을 지닌 것만큼은 마찬가지다. 가끔씩 등장하는 서정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바닷가의 전경이 전반적으로 담담하고 건조한 영화에 쉼표를 만든다. 그러다가 후반부 리가 전처였던 랜디(미셸 윌리엄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차곡히 쌓아올렸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는데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두 사람의 투 샷은 이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유 캔 카운트 온 미’(2000)도 당시 주목받은 작품이었지만 적어도 감독의 천재성이나 그에 필적하는 잠재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케네스 로너건’은 10여년 만에 자신의 인생작을 만들었고, 여기에는 형 벤 애플렉의 그늘에 가려졌던 케이시 애플렉이 있다. ‘오션스 13’ ‘인터스텔라’ 등에도 출연한 바 있지만 국내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는 올해 남우주연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문라이트(배리 젠킨스)

☞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8개 부문 후보

‘문라이트’는 이미 전 세계 영화제 및 각종 시상식에서 150개 이상의 트로피를 거머쥔 기록적인 영화다. 북미 지역별 비평가협회에서 작품상 부문을 거의 휩쓸었을 만큼 연기, 촬영, 음악 등 여러 요소가 단단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컨택트’와 마찬가지로 ‘문라이트’의 우수성은 새롭지 않은 소재에 다가가는 독창적인 접근법에 있다고 할 만한데, 그간 흑인 사회를 다룬 영화들 중 이처럼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 평단의 반응이다. 폭력적인 언어와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고 한 소년의 내면에 집중한 이 영화는 ‘달빛’이라는 제목만큼 감성적이고 섬세하다.

어릴 때부터 ‘리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했던 샤이론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불행한 10대를 보낸 후, 약을 파는 청년이 된다. 그러나 내성적인 샤이론의 성격만큼 정적인 분위기의 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낙인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음지에서 살아가는 그의 암담한 현실보다 때때로 어떤 대가나 예고 없이 다가오는 삶의 위로다.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 ‘문라이트’는 각 장마다 샤이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날카로운 듯 뭉클하고 비정한 듯 따뜻하다.

백인들의 잔치로 비난받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번에는 흑인 감독과 배우들에게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 것인가. 흑인 여성 아카데미 위원장인 ‘셰릴 분 아이작스’의 임기도 올해가 마지막인데 ‘문라이트’처럼 뛰어난 작품이 선전하지 못한다면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족 하나. 짧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남녀 조연들,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와 나오미 해리스의 연기는 아카데미상 후보작들 중에서도 발군이다. 조심스레 이들의 수상을 지지해 본다.

윤성은<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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