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는 계속될까 ?

  • 노인호 김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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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5   |  발행일 2017-02-25 제11면   |  수정 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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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미국 대선 전 트럼프가 당선되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경제에서 가장 시장을 어렵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이다. 성장이든 침체든 어느 한 방향으로 일관성을 가지면,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 그 안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세울 수 있고, 그에 따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제약하게 되고, ‘돌고 돌아야 하는 돈’이 돌지 않고 각자의 주머니 속에만 있다 보니 돈의 흐름이 막히게 되고, 경제는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지난달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막무가내식 정책을 펼치고,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으며 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그에게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걷어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 그리고 그런 미국의 대통령 취임 한 달, 세계 금융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었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 상승세 탄 美증시
감세·인프라투자 확대 긍정 반응…S&P500 3.8% 껑충
2008년 금융위기때 찍은 달러 거둬들일 만큼 정상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자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으로 전 세계 기업은 혼란에 빠졌고,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커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그 움직임을 기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면서 우상향하고 있다.

23일 증시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간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가 3.8% 올랐다. 앞서 J. K.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 후 S&P500지수가 한 달간 4.3%,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취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의 경우 1963년 11월 취임 선서 이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약 6% 상승했다. 이들 대통령에 이어 취임 허니문 기간 중 주가를 셋째로 많이 끌어올린 대통령이 된 셈이다.

앞서 J. K. 케네디, 린든 존슨 대통령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어서 공화당 소속 대통령으로는 트럼프가 주가를 가장 많이 끌어올린 것이다. 정당을 따질 이유가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리처드 닉슨·조지 H.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 달 동안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과거를 토대로 월스트리트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이나 국경세 부가 등 불안 요소로 평가되는 정책도 없지 않지만, 시장은 트럼프가 약속한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감세에 나서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낮은 세율을 이용해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공장도 지어 미국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는 미국 증시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는 동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3차례 추가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도 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찍어냈던 달러를 이제는 거둬들여도 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보는 것이다.

◆ 전 세계 주식도 활기
브라질 2.46·홍콩 1.95%…25개 주요국 중 19개국 상승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덕분에 국내 코스피에도 ‘훈풍’

트럼프 대통령 정책 기대감으로 지난 13~17일 25개 주요국 중 19개국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많이 오른 브라질은 2.46% 상승,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홍콩은 1.95% 상승했다. 뒤이어 미국 1.75%, 폴란드 1.56%, 터키 1.55%, 호주 1.38% 올라 각각 1%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만과 프랑스가 각각 0.97%, 0.81% 상승했고 이어 독일(0.77%), 이탈리아(0.77%), 스위스(0.59%), 베트남(0.58), 말레이시아(0.51%) 등의 순이었다. 반면 국경 장벽 건설 등을 두고 트럼프 정부와 갈등하고 있는 멕시코의 주가는 1.32% 하락했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미국의 주가와 기업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유럽·중국·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 경기상황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져 신흥국 시장의 주가도 우상향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 등 자원 가격 반등 영향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다시 신흥국 주식·채권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특히 러시아·브라질 투자는 이달 들어 급격히 늘기 시작해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가 지난 21일 19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22일 또다시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100선을 돌파하는 데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힘이 컸다. 22일 외국인은 3천228억원을 순매수했고, 전날에도 외국인 1천20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이는 국내 2월 수출 호조 발표와 투자자들의 글로벌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 덕분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 불안 못 걷어낸 시장
경기침체 직전 최고치 오른 사례 있어 오히려 긴장해야
세제개혁효과 크지 않을 것 관측…투자 신중 진행 필요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특히 주식 시장은 경기 침체 직전에 최고치에 달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더 긴장해야 한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1999년에는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에 증시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07년에는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증시가 고공행진을 보인 사례를 든다.

미국 경제 전반에 불고 있던 훈풍도 곧 사그라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증시 전략가는 “미국 금융시장 조정이 앞에 놓여 있다”며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치솟았던 시장의 자신감이 변곡점에 도달 중”이라고 경고했다. 또 “세제 개혁이 기업 실적에 생각보다 미미한 효과만 낼 것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깨달으면서 S&P500지수가 최근 상승분을 반납하고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금융업계를 상대로 조사한 올 연말 S&P500지수 전망치 평균은 2,364로, 전날 종가(2,365.38)보다 낮았고, 미국 경제 전반에서 이미 낙관주의가 지나치게 팽배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엄청난 세제개혁 예고로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달리고 있지만, 세제개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오면서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법인세 인하가 수출 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수입 업체에 부과되는 각종 추가 세금은 소매제품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증시의 경우 “기업실적 등이 크게 개선됐지만, 주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심리적 저항선인 코스피 2,100선을 넘어선 뒤 추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불안심리도 빠르게 개선돼 추가적인 주가상승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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