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지초와 난초의 향기가 풍기는 방, 좋은 사귐(芝蘭之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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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7 07:47  |  수정 2017-02-27 07:47  |  발행일 2017-02-27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지초와 난초의 향기가 풍기는 방, 좋은 사귐(芝蘭之室)

3월이 되면 시업식과 입학식이 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직장인도 있습니다. 누구나 좋은 벗을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우정(友情)’에 대하여 여쭈었습니다. 공자는 ‘서로 다정하게 벗을 착한 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도 착한 일을 하지 아니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서는 관계를 중지하고 스스로 욕됨이 없게 하라’고 일러줍니다. 이것은 윤리적인 정서로 벗을 가깝게 사귀라는 의미입니다.

벗을 사귈 때는 서로가 벗을 통하여 도덕적인 생활의 근본을 유지하고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사귐에 있어 벗에게는 착한 일을 권해야 합니다. 만약 벗에게 잘못이 있으면 참된 우정으로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자칫 충고가 과하게 되면 도리어 친구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경우도 생깁니다. ‘착한 사람과 같이 살면(與善人居) 지초와 난초의 향기가 풍기는 방(芝蘭之室)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향기를 알지를 못한다. 함께 있어서 그 향기에 동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착하지 못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악취를 알지 못한다. 생선 냄새가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붉은 것을 지니고 있으면 붉어지고, 옻(검은색)을 지니고 있으면 검어진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은 반드시 그 있는 위치에서 근신하고 근신하여야 한다.’ 명심보감 교우편입니다.

흔히 지초와 난초의 사귐이라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고사성어도 지란지실(芝蘭之室)을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벗 사이의 맑고도 좋은 사귐을 말합니다. 착한 사람과 벗하면 모르는 사이에 착하게 감화됨은 당연합니다. 사귐(交)에 대하여 자하(子夏)는 ‘옳은 자와 사귀고 옳지 아니한 자와 사귐을 거부하라’고 하였습니다. 또 자장(子張)은 ‘현자는 어진 이를 존경하고 뭇 사람을 받아들여 착한 사람은 기쁘게 여기고 능치 못한 사람도 불쌍히 여긴다. 내가 만약 어질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도 나를 거부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사람만 사귀라’는 자하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성품이 진실하고 사람을 사귀는 데도 엄격한 까닭입니다. 반면 자장은 범교(泛交, 넓은 교제)를 권유합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처지도 되돌아보라 합니다. 자하와 자장의 생각은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마음속의 벗은 마땅히 자하와 같이 하고, 범교는 마땅히 자장과 같이 하면 됩니다.

화랑오계도 벗을 사귈 때는 믿음으로 하라고 했습니다. 오륜도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곧고, 믿음이 있으며, 앎이 많은 벗은 도움이 되는 유익한 벗입니다. 유안진은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에서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고 읊조렸습니다. 머잖아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봄날, 지란(芝蘭)이 만발하기를 고대해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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