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로드스꼴라 프로젝트

  • 최은지
  • |
  • 입력 2017-02-27 07:50  |  수정 2017-02-27 07:50  |  발행일 2017-02-27 제18면
“내꿈은 내가 펼친다” 진로 찾아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진로 비슷한 친구와 직접 여행 계획
장소·예산 등 모두 자기주도적 준비
갈등 겪어도 설득하고 양보하며 진행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로드스꼴라 프로젝트

해마다 2월이면 초·중·고 학생들의 졸업으로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은 정든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함께 진학하게 될 상급학교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는 이 시기에 교사들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건넬까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갈 아이들의 가슴속에 남을 만한 한마디 말을 전하는 것은 교사만이 누리는 특권인 동시에 무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이 특권과 책임감 사이에서 교사인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우리 학교에서는 중3 학생들과 졸업 전 마지막 프로젝트 수업을 실천했다. 이름하여 ‘로드스꼴라(Road Schola)’ 프로젝트.

◆로드스꼴라(Road Schola)란

‘길 위에서 배우고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로 중3 학생들이 진로가 비슷한 친구들과의 꿈여행을 계획하고 직접 실천해 보는 프로젝트형 수업이다.

◆로드스꼴라, 어떻게 실천할까

총 5단계로 진행되는 로드스꼴라 프로젝트의 1단계는 꿈이 비슷한 친구들과 모둠을 구성해 꿈여행 계획서를 충실히 작성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이 계획서를 학생들과 10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한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모둠에게는 꿈여행에 필요한 경비 일체를 학교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이 ‘꿈여행 프레젠테이션 발표회’는 정말 중요하다. 3단계는 모둠별로 꿈여행에 동참해줄 지도교사를 초빙하는 단계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4단계, 겨울 방학 동안 각 모둠이 자율적으로 계획한 꿈여행을 실천한다. 마지막으로 졸업식 전날에 ‘로드스꼴라 실천 결과 발표회’를 전교생 앞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16학년도 로드스꼴라 실천기

1. 군인의 꿈, 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서울 나들이=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싶은 3명의 학생들이 ‘호국정신’ 함양을 목표로 한 꿈여행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용산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을 탐방 장소로 결정했다. 그중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에 의해 침몰된 참수리 357호를 통해 수많은 군인이 자신들의 피로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다시는 소중한 생명들이 피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어 조국을 수호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2. 교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광주 양림근대문화마을 탐방= 역사, 영어, 미술 교사를 꿈꾸는 4명의 여학생은 광주 양림근대문화마을을 탐방했다. 과목에 상관없이 선생님이 되려면 우리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고, 또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자신들이 전라도 지역의 근현대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광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폐품을 활용한 작품들로 마을 살리기에 나선 펭귄마을을 지나 서양화가 한희원 미술관, 민주화의 대모로 불리는 조아라 여사 기념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까지 둘러보며 미래에 가르치게 될 학생들에게 들려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마음속에 담았다고 한다.

◆로드스꼴라를 떠날 후배들에게

졸업식 전날(2월9일)에 열린 로드스꼴라 실천 발표회에서 중3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두 가지 당부를 전했다.

1.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자기주도적으로= 로드스꼴라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우리의 소중한 꿈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또 우리 생애 처음으로 장소 선정부터 예산 집행까지의 모든 과정이 학생 주도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경험이다. 후배들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2. 모둠원들과의 갈등은 당연한 것. 두려워하지 말자=사람의 생각이 다 다른 만큼 로드스꼴라 계획 단계에서부터 갈등을 겪지 않는 모둠은 없다. 후배들아, 두려워하지 말고 친구들을 설득하고 양보하자. 이것도 지나고 나면 다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1. 꿈은 마음과 엉덩이 사이에 있다= 꿈을 가지기도 어렵지만 이루기는 더욱 어렵단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선생님 생각엔 마음과 엉덩이가 가장 필요한 것 같아. 우선 스스로의 꿈에 대한 마음속 열정과 목표가 필요해. 그다음엔 엉덩이를 붙여 공부하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졸업을 앞둔 너희에게 로드스꼴라 프로젝트를 실천하게 한 것도 이 꿈에 대한 너희의 생각들을 실현시켜 나가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2. 얘들아, 너희는 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너희는 이번 로드스꼴라처럼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루어 나가기 위한 수많은 길 위에 서게 되겠지. 그리고 수많은 동료와 멘토를 만나게 될 거야. 때문에 꿈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란다. 선생님들이 너희의 꿈을 응원했듯 너희 곁에는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다오. 나혜정<경서중 교사>

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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