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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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1   |  발행일 2017-03-01 제30면   |  수정 2017-03-01
20170301

신성철 DGIST 전 총장
혁신·선도적 운영 돋보여
산업화 주도한 대구·경북
실력 있는 외부인재 영입
4차산업 앞장서 이끌기를


“백지 위에 당신이 평소 꿈꾸던 21세기 혁신적 대학을 마음껏 그려보세요.”

KAIST 신성철 교수가 연고도 없는 대구 DGIST 초대 총장이 된 배경에는 영천 출신인 윤종용 DGIST 이사장의 열정적인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윤 이사장은 2010년, 6개월 동안 신 교수를 설득해 결심을 받아냈다. 당시 신 교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 인생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좋은 도전의 기회라고 여기고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21세기 혁신적인 대학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나름의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3월 부임 후 신 총장은 백지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구성원들과 심사숙고를 거쳐 ‘세계 초일류 융복합대학’ 구현을 DGIST 비전으로 정했다. 그 비전 실현을 위해 지금은 신 총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학부과정의 무학과 단일학부제가 탄생했다. 대학원 과정도 세부전공이 아닌 일명 ‘미래브레인(MIREBraiN)’이라는 여섯개의 융복합 전공을 개설했다. 연구분야에도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 평생 연구에만 전념하려는 연구자를 뽑고 대신 이들에게 사학연금, 정착연구비 등 교수들과 동일한 지원을 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술사업화에도 변화를 줘 기술출자기업 육성 치중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학교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별 최고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신 총장이 직접 국내외 대표 과학자들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다고 한다. 신 총장이 DGIST에 들인 이런 혁신은 내년에 첫 학부생이 졸업해 학계와 산업계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공과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선도적인 혁신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신 총장이 지난 6년간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또한 만만찮다. 대구·경북지역이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를 주도했고 정치적 영향력도 커지면서 현실에 안주해 변화에 둔감해 보였다는 것이 신 총장의 평가다. 신 총장은 지역 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과 학교 초청행사, 포럼 등을 통해 잠든 지역사회를 일깨우고, 변화와 혁신의 씨앗을 뿌렸다.

지난주 이임식에 앞서 만난 신 총장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시기인 59세에서 65세까지 6년간 DGIST에서 일했던 기억을 잊기 힘들 것 같다면서 대구·경북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충고도 남겼다. 신 총장은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집필한 ‘창조계급’에서 언급한 3T, 즉 인재·기술·관용(Talent·Technology·Tolerance)을 대구·경북지역의 발전을 위한 모티브로 삼기를 바랐다. 신 총장은 대구는 지금까지 각 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다른 지역에 공급해 왔으나 다른 지역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는 소홀했다면서 지연·학연보다는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과감히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도 지식창조형 인재, 기술창출형 인재, 사업창출형 인재를 배출해 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신 총장은 또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업체 수는 적지 않으나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열악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자동차 부품, 기계, 섬유 등 지역특화산업에 ICT를 비롯한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부임 초기 배타적이고 폐쇄적 분위기 탓에 적응하는 데 힘든 시기를 보낸 신 총장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은 고사하고 국내 다른 지역 사람도 수용하지 못하는 지역정서가 만연한다면 결코 외지 인재들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용적 분위기가 정착돼 다른 지역 인재와 외국인이 대구·경북이 발전하는 데 함께 기여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신 총장은 대구·경북이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를 주도했듯이 어느 지역도 시도하지 않은 변화와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길을 찾아가길 바랐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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