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고 세상 움직인 발자취…‘반지길’서 만난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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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3   |  발행일 2017-03-03 제35면   |  수정 2017-03-03
■ 3·8 세계여성의 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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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총 8회에 걸쳐 실시한 대구여성탐방로 ‘반지길’ 전문가 팸투어.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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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경북여성을 조명한 책자 ‘길을 만든 경북여성’.

근대부터 대구와 경북에서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사업들도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대구여성가족재단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여성가족재단·경북여성정책개발원
신라∼현대 역사 속 지역 여성 조명 열심

대구 근대여성 정신 잇는 ‘반지길’탐방
다양한 발굴과 연구 결과물 꾸준히 내놔

◆대구여성가족재단

2012년 설립된 대구여성가족재단은 그동안 근대 대구 여성들의 발자취를 발굴, 조명하기 위한 연구와 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당시 활약한 대구 여성들을 연구보고서를 통해 발굴하고, 이들이 활약했던 역사적 현장을 중심으로 탐방길인 ‘반지길’도 만들어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당시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가 전국 최초로 여성 국채보상운동 참가를 주창했으며, 은반지를 빼어 의연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구 근대 여성역사의 정신을 ‘반지길’로 형상화하였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2014년부터 근대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을 찾아 연결하여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 탐방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대구여성탐방로 개발을 위한 화요 세미나’를 총 7회에 걸쳐 개최했으며, 2015년에는 연구보고서 ‘지역 여성사 자원의 발굴 및 활용 방안’을 발간했다. 연구보고서에서는 근대기 대구 여성을 문화예술, 사회운동, 근대 교육, 종교 및 사회복지 등의 분야로 나누어 분야별 여성 인물을 발굴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취합, 분석했다. 2014년과 2015년 연구 및 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2016년에는 대구여성탐방로 ‘반지길’ 전문가 팸투어를 총 8회에 걸쳐 진행했다. 팸투어에 참가한 다양한 지역의 전문가들은 대구여성탐방로 반지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으며 역사교육현장으로서의 가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는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대구지역 소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반지길 탐방 체험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근대기 여성들이 직접 활약했던 역사적 무대를 걸어다니며 역사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진취적인 대구 여성들을 통해 대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재단에서는 이 여성들의 사진과 업적을 재단 내 전시관 ‘비움’에서 상설 전시하고 있다. 근대시기 대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여성 인물 12명을 발굴하여 사진과 업적을 알리는 ‘대구 여성에 반하다’ 전시다. 이 전시에서는 여성영화감독 박남옥, 남녀평등을 꿈꾸었던 기생 정칠성, 해외독립운동가 이희경 등 여성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110주년을 맞아 여성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스토리북 ‘7부인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직을 만들어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대구 남일동 7부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2015년 7부인의 이름을 찾아낸 과정도 상세하게 담았다. 그동안 ‘누군가의 처’로만 알려져 있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중 6명의 이름을 2015년에 발굴한 성과를 읽기 쉽게 풀어 썼다. 이 책에는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7부인의 이름을 찾는 과정, 그리고 이름을 찾아낸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여사의 가계 특징, 사진, 당시 시대배경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경북여성들의 현창사업으로 책 발간에 힘을 쏟고 있다.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경북여성을 조명한 책자 ‘길을 만든 경북여성’ ‘경북여성인물사’가 눈길을 끈다.

‘길을 만든 경북여성’은 시대를 앞서 길을 만든 경북여성 1호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근대 암울했던 시기에 여성이라는 한계와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직업분야에 처음으로 도전했거나 선구적인 사회활동을 펼쳤던 경북여성 1호 16명의 생애와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2권의 책이 나왔는데 2013년 발간된 1권에서는 여성독립운동가 남자현, 육영사업가 최송설당, 민간여류비행사 1호 박경원 등이 실렸다. 최근 발간된 2권에는 여성에 대한 시대적 제약을 극복하고 사회 각 분야에 처음 진출했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넘어 고위직으로 진출한 여성 1호 12명의 삶과 활동을 담고 있다. 책은 ‘문화분야의 선구자들(김미희, 이병복)’ ‘행정·농업분야에서 유리천장에 도전한 여성들(박윤정, 전재희, 정종기)’ ‘체육분야를 선도한 여성들(남난희, 김진호, 박정숙)’ ‘남성영역이라는 편견에 도전한 여성들(진계숙 송명순 김옥이 김정희)’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선구적 활동을 하다 작고한 1세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그 뒤 세대로서 현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거나 은퇴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1호 여성을 발굴해 수록했다. 2권은 현존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생생한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부터 근·현대까지 역사 속 경북여성인물 20여명의 삶을 발굴, 조명한 ‘경북여성인물사-이야기로 만나는 경북여성’도 눈길을 끈다. 역사적으로 두드러진 행적을 보였던 인물을 5가지 테마로 엮었다. 각 테마에 부합하는 인물 20명을 선정해 여성리더, 여중군자, 독립운동가, 사회사업가,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집중조명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김명화 연구원은 “경북여성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경북의 여성인물을 널리 알리는 작업을 통해 경북여성의 자긍심을 높일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못한 경북여성들의 역할과 삶을 조명함으로써 경북여성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 한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양성평등 의식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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