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베틀산(해발 324m, 구미시)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3-03   |  발행일 2017-03-03 제38면   |  수정 2017-03-03
상어가 입을 쩍 벌린 듯…큰상어굴·작은상어굴 입구 ‘오싹’
20170303
큰상어굴.
20170303
작은상어굴.
20170303
베틀봉 전망대에서 본 좌베틀봉 상어굴 일대.

변란 때 여인들 숨어들어 베를 짰다…
산에 얽힌 다양한 사연서 이름 유래
산 전체가 역암·사암 등 특이한 지질

상어굴 앞 절벽 바위·수직 계단 아찔
우베틀산 332m 정상 서면 사방이 뻥
곱절되는 봉우리 오른 듯 시원한 조망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넘어 숲에는 하나 둘 봄소식이 전해진다. 가벼운 산행지를 잡아 봄나들이 가듯 산 아래에 이르니 아침 햇살이 퍼진 산 언저리에는 생강나무며 진달래가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탱글탱글하다.

이번 산행은 구미시 해평면을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연이은 베틀산을 찾았다. 금산마을 입구에서 보면 정면에 베틀산(324m), 오른쪽으로 우베틀산(332m), 왼쪽으로 좌베틀산(370m)이 뾰족이 솟아있다. 들머리인 자그마한 도요암에서 올라 한 바퀴 돌아 좌베틀산을 지나 동화사를 거쳐 이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도요암 입구에 베틀산 안내판과 이정표가 나란히 서있다. 안내판 옆으로 곧장 산으로 오르도록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10분가량은 제법 넓은 오솔길이다가 작은 능선 길을 오르게 된다. 능선길이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바윗길로 바뀌고 제법 경사가 급해진다. 바닥은 동글동글한 돌이 박힌 암석 지형인데, 하천이나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몽돌이 흙과 모래에 쌓여 시루떡을 포갠 것처럼 역암 형태를 이루고 있다. 30분쯤 오르니 베틀산을 오르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계단 아래에 ‘베틀산 100m, 우베틀산 400m’로 적은 이정표가 있다. 이 지점에서 오른쪽 우베틀산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베틀산을 오르게 되는 갈림목이다.

동곡마을과 연결되는 임도를 지나 길게 놓인 계단을 오르면 우베틀산으로 바로 올라서게 된다. 해발 332m의 나지막한 봉우리지만 발 아래에 해평의 너른 들녘이 평야를 이루고 있어 700~800m의 봉우리 위에 선 듯 조망이 시원하다. 그 가운데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산단 조성을 위해 평탄작업을 해놓아 더 넓게 보인다. 안부 갈림길까지 되돌아 내려와 베틀산을 오르는 구간에도 계단이 놓여 있다. 계단을 다 오르면 왼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넓은 전망바위가 있다. 조금 전에 올랐던 우베틀산에서 보았던 평야가 역시 발 아래에 깔리고 건너보이는 좌베틀산과 그 뒤로 냉산과 일대의 산들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30m. 작은 바위를 바로 올라서도 되지만 오른쪽으로 편하게 돌아 오르는 길이 안전하다.

베틀산은 고려 공민왕 때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몰래 들여온 문익점의 손자인 문래와 문영이 할아버지에 이어 근처 마을에서 베짜는 기계와 목화에서 실을 뽑아 짠 무명베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임진왜란을 비롯한 변란 때 주변 마을의 여인들이 이 산에 숨어들어 베를 짰다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또 베를 짜는 물레를 베틀산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좌베틀산으로 가려면 20분 정도 안부까지 내려섰다가 금산리 마을로 내려가는 베틀재를 지나 올라야 한다. 동쪽인 왼쪽은 절벽을 이루고 있고, 능선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비켜 길이 나 있다. 마지막 가파른 구간에는 계단이 놓여 있고, 왼쪽으로 바위를 돌아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바로 오르는 편이 안전하다. 세 봉우리 중에 최고 높이지만 해발 370m에 불과하다. 국립지리원에서 설치한 삼각점이 놓여 있고, 주변에 흩어진 돌을 주워 쌓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한다. 오르던 길 정면으로 하산길이 보이는데 ‘상어굴 500m’로 적은 이정표를 따라 약 30m를 내려가면 이정표가 또 하나 세워져 있다. ‘금산1리 1.5㎞, 군위 소보’ 이렇게만 적어두었다. 위에서는 상어굴 이정표를 따라 내려왔는데 상어굴 표시가 없는 이정표를 만나니 잠시 당황스럽다. 상어굴을 지나 동화사로 하산하려면 금산1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으로 능선을 따라야 한다. 15분쯤 내려서니 벤치가 놓인 공간이 있고, 조금 더 지나면 절벽을 이룬 바위에 수직에 가까운 스테인리스 계단이 놓여 있다. 마지막에 상어굴 입구에 설치된 계단은 양쪽 난간을 잡고서도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가파르다. 산으로 오른 거대한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큰상어굴’ 입구에 서니 풍화와 침식으로 움푹 파인 바위가 높이 약 10m, 폭은 약 50m 정도 길게 벌리고 있다. 수평으로 산허리를 돌아나가자 역시나 ‘작은상어굴’이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백사장이던 강이 자갈과 함께 융기되어 형성된 지질인 듯 바윗돌이 중간중간 박혀 있고 군데군데 바위가 빠진 곳은 구멍이 파인 곳도 있다.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완만한 길을 돌아 나오면 작은 사찰인 동화사 경내에 들어서게 된다. 창고건물 같은 법당 위로 마애불상이 새겨진 것으로 절집인 것은 분명한데 겉으로는 절 같지 않은 절이다. 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서 아침에 올랐던 도요암 입구를 지나 주차장으로 걷는 동안 겉옷을 한 겹 벗어내고 걸어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봄 기운이 완연하다. 꽃샘추위 한두 번쯤이야 있겠지만.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주차장-(15분)-도요암-(45분)-우베틀산-(20분)-안부-(7분)-베틀산-(35분)-좌베틀산-(25분)-상어굴-(15분)-동화사-(15분)-도요암-(10분)-주차장

베틀산은 팔공지맥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300m 남짓한 봉우리가 연이어 있는 산으로 산 전체가 특이한 지질구조를 하고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좌베틀산 아래의 자연동굴인 상어굴을 돌아보면 신비로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다. 세 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 나와도 6㎞ 남짓한 거리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가산IC를 빠져나와 구미·선산 방향 25번 국도를 따라 경운대를 지나고 해평면 문량교차로에서 내린다. 해평면소재지 해평공룡버스터미널을 지난 뒤 낙성2교를 건너 우회전으로 진입한다. 약 4㎞를 가면 금산리 마을 앞에서 길이 좁아지고, 도요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대형버스 몇 대 주차 가능한 임시주차장을 지나 500m 거리에 도요암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구미시 해평면 소상길 216(도요암)


☞ 볼거리

낙봉서원

해평면소재지에서 약 1㎞ 위치에 있는 낙봉서원은 1647년(인조 25)에 창건되었으며, 김숙자·김취성·박운·김취문·고응섭의 위패를 모셨다. 1787년(정조 11)에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이 되었다.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31년 유림들에 의해 복원되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