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지원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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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4   |  발행일 2017-03-04 제23면   |  수정 2017-03-04
[토요단상] 지원금 유감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한국문인협회는 우리나라 최대의 문학단체이다. 문단이 이쪽저쪽 갈려 있기는 해도 1만3천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이 문인들의 모임을 우리나라 대표 단체로 보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런 한국문협이 올해 문화예술지원사업 결과에 대해 항의에 나섰다. 문예지의 원고료 지원 방식과 금액에 있어 원칙과 일관성은 물론 객관성까지 결여되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른 곳에 비해 왜 적게 주느냐 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문협 측은 지원금 심의에서 단체의 회원 수와 문예지의 역사 그리고 발행 부수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인협회에 배정된 2천400만원은 회원 1인당 1천760원에 불과한 것이며, 이에 비해 회원 수가 80명인 단체에 1천200만원을 배부하여 1인당 15만원이 돌아가게 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견 그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지원해 주는 쪽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심의 과정에서 문예지의 수준, 작품에 대한 평가, 독자의 호응 등을 종합해서 결정한 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듣는 이로 하여금 속에 불을 지르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누가 어떻게 무슨 잣대로 수준을 재고 작품을 평가하고 호응도를 분석했단 말인가. 거기에다 문예지의 고루한 편집 방식과 권력화에 대한 인식의 결과라고도 했다니, 지원의 문제를 넘어 아예 문학단체의 수준을 공개적으로 싸구려 저질품으로 평가한 꼴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일은 10년 전쯤에도 있었다. 그때는 아예 수필가들을 문학창작지원 대상에서 통째로 빼버렸다. 수필단체가 뒤집어져서 주관부처에 항의를 하고 국회까지 가서 부당함을 호소하였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필자 역시 수필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담당자와 연결이 되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오히려 그 답변을 듣고 등골이 서늘했었다. “우리 쪽은 수필을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너희들이 만드는 수필문예지들은 등단 장사나 하면서 물을 흐리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얼마나 고압적이고 당당했던지 기가 눌려 제대로 대응조차 못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차별이었고, 요즘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무슨 리스트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중앙의 지원금 발표에 맞추어 지난주에는 대구에서도 문화예술단체 지원 결과가 통지되었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한국수필문학관에서도 애를 써서 신청했으나 선정에서 탈락되었다.

대구에 건립된 한국수필문학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수필문학관이다. 전국에 문학관이 수십 군데 산재해도 아직 시문학관이니, 소설문학관이니, 아동문학관이니 하는 곳은 없다. 개별 장르로서는 대구의 수필문학관이 처음이다. 이 수필문학관을 세우기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지역의 수필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모저모로 궁리가 많았다. 건립비도 적지 않게 들었으나 한 푼도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고 오직 전국 수필가들의 십시일반으로 자랑스럽게 건립하였다. 수필문학관이 대구에서 건립된다고 했을 때 서울을 비롯하여 타 지역에서는 선점을 빼앗겼다고 시샘도 많았고, 명칭도 ‘한국’이 아니라 대표성이 약한 ‘대구’로 쓰라는 압력이 있을 정도로 대구로서는 의미가 컸다.

그런 자부심에 힘입어 행사지원 신청서를 냈다. 내로라하는 전국의 문인 수백 명을 제 발로 대구까지 오게 하여 세미나를 열고, 그들로 하여금 대구·경북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을 들여다보게 하고, 시민들에게는 캠프를 열어 문학의 정취에 젖게 하고, 지역 수필가들의 작품집을 널리 홍보하게 하는 문학 페스티벌을 계획하였다. 혹시나 신청서에 오류가 있을까 매뉴얼을 여러 번 확인하였고 재단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가며 며칠을 공들여 신청하였으나 명단에 오르지 못하였다.

아쉽지만 수필문학관이 등록단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간의 실적이 미천하였기에 결과에 쾌히 수긍하는 바였다. 다만 명단에 슬쩍 끼어있는 단체들을 훑어보면서, 오랜 세월 문학판 주변에 어슬렁거려온 사람으로서, 좁은 대구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유감이 영 없지는 않았다.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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