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중국, 무엇을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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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6   |  발행일 2017-03-06 제30면   |  수정 2017-03-06
20170306
강준영 (한국외대교수)

사드 경제보복=치킨게임
北核이란 본질 외면한 채
복합적 의도 치졸한 전략
25년 공들인 韓-中 관계
송두리째 흔들뿐 得 의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놓고 이에 반대하는 중국의 보복이 도를 넘어 끝을 모르고 확대되고 있다. 마치 ‘치킨 게임’을 보는 듯하다. 치킨 게임은 서로 피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고, 서로 피하게 되면 승자도 패자도 없지만 피하는 쪽은 겁쟁이로 전락하게 된다. 중국은 북핵이라는 본질 문제와 미국이라는 또 하나의 당사국이 얽힌 다자 문제에 대해 한국에만 해결을 강요하는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에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것을 예상치 못하고 설득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가졌던 우리 당국의 안일한 인식에도 문제가 있었고, 구체적이고 유효한 설득 방안이나 노력이 부족했음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위 G2의 일원으로 세계적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이 자신들의 일방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고 중화주의를 이용한 ‘비이성적’이고, 안보 문제를 경제로 보복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은 지난 25년 한중 관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부적절한 무리수다.

작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은 관영 언론과 관변 지식인들을 동원해 여론전과 심리전을 펼치면서 한류 콘텐츠 제한부터 시작해 경제 분야로까지 수위를 올리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가 확정되자 중국 소비자들이 시장의 힘으로 한국을 벌함으로써 교훈을 줘야 한다며 한국제품 불매를 선동하고 있다. 관광분야를 책임지는 여유국(旅游局)은 한국 단체 관광의 완전 금지를 구두로 지시하고 이를 어기면 엄벌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게다가 일선 학교에 반(反)한국 교육지침까지 하달하는 등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이처럼 강력한 반발에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는 한국의 새 지도자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배치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 사드는 그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배치를 계기로 한미 동맹 강화와 기존 미일 동맹이 결합해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우위가 상쇄되는 촉매 작용을 한다고 여긴다. 결국 사드 배치를 막지 못하면 대중국 불신이 팽배한 트럼프 행정부에 기선을 제압당해 아시아지역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규모와 시장 제공자로서의 막강한 경제적 지위를 주변 국가들을 제어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일본과의 조어도(釣漁島) 영유권 분쟁, 베트남과의 시사(西沙)군도 분쟁, 필리핀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갈등이나 몽골에 대한 제재,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권 길들이기 등에도 경제력의 무기화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다. 특히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사드에 대한 확고한 반대를 천명하는 동시에 이 기회에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관련 산업을 제재하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사드 반대 운동’은 없으며 ‘보복’은 사실 무근이라는 발표를 되풀이한다. 중국은 북극성 2형 미사일 실험 도발을 하고 김정남을 암살한 북한도 다시 끌어안아 중국의 북핵 해결 의지에 대한 기대가 난망임을 또 한 번 만천하에 알렸다. 한국에서 새 지도자나 새 정부가 출범해도 북핵 위협이 감소될 리 만무하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한중 관계가 과연 수단에 불과한 사드 문제로 이렇게까지 악화돼야 하는지, 사드가 과연 한중 관계의 전부인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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