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구단주와 체육회장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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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8   |  발행일 2017-03-08 제30면   |  수정 2017-03-08
20170308
유선태 체육부장

권영진 시장 대구FC 사랑
다행스러우면서도 아쉬워
인기있는 축구는 챙기지만
비인기 종목에는 다른 행보
市체육회장 직분 잊지 말길


권영진 대구시장은 축구를 아주 좋아한다.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50대 후반의 적지않은 나이에도 게임에 참여한다. 권 시장의 대구FC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몇해전 대구FC가 동계훈련 중인 경남 남해군 미조운동장을 방문, 선수들을 격려했다. 시장이 전지훈련장을 직접 찾는 것은 대구FC 창단 이래 처음이다. 대구FC가 2015시즌 K리그 클래식 승격과 K리그 챌린지 우승에 아깝게 실패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격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구FC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축구장을 찾기도 한다. 4년 만에 K리그 클래식에 합류한 대구FC가 올 시즌 첫 홈경기를 펼치는 오는 11일, 권 시장은 대구월드컵경기장에 갈 예정이다. 지난 4일 광주에서 달빛더비(대구FC와 광주FC의 시합)로 치러진 K리그 클래식 개막 경기에 윤장현 광주시장이 관전키로 했다면 권 시장이 광주에 가려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권 시장은 대구FC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대구FC 유소년 축구센터를 개관했으며 지난해부터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구단주인 권 시장의 사랑탓인지는 몰라도 지금 대구FC를 둘러싼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조광래 대표를 중심으로 어느 때보다 선수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자 구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과 열악한 환경이지만 3년 동안 K리그 챌린지에서 절치부심한 끝에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이 즈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욕심을 내자면 “묵묵히 지원을 해주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선수단이 조금만 더 분발해줘서 (대구FC가) 더 큰 시민의 자랑이 돼 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대구FC에 투영된 권 시장의 축구 사랑을 보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진하다. 권 시장은 대구FC의 구단주인 동시에 대구시체육회 회장이다. 권 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할 종목이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종목과 관련 단체·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대구시에는 장애인 탁구팀을 포함해 21개의 실업팀이 있고 소속된 선수와 코치는 155명에 이른다. 죄다 비인기 종목이다. 이들 팀의 운영비와 선수 및 코치 급여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왜일까.

국민체육진흥법과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근무 인원이 1천명 이상인 공공기관과 공공단체는 한 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를 설치해 운영토록 정하고 있다. 야구나 축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와 달리 비인기 종목은 선수 수급조차 어려울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대중의 관심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종목도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지역 기초단체의 실업팀 종목이 서로 다른 이유도 종목별 균형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대구시체육회 산하에는 70여개의 가맹단체가 있다. 대구시는 이들 단체에도 지원한다. 시민들에게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지만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들 단체 역시 대구시와 시민이 안고 가야 한다.

며칠 전에 있었던 장면 하나는 축구 아닌 비인기종목에 대한 권 시장의 생각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대구에서 ‘2017 SK핸드볼코리아리그’ 1라운드 3주차 경기가 열렸다. 이 리그는 우리나라 핸드볼계 최대 행사다. 대구시청 소속의 컬러풀대구가 여자부리그에 출전해 있다. 선수들은 ‘우생순’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권 시장은 잠시라도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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