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 그리고 법치와 민주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3-11   |  발행일 2017-03-11 제9면   |  수정 2017-03-11
20170311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의 2014년 12월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즈음하여 국론은 상당 부분 분열되고 있었다.

정당과 정치인의 승복 선언이, 향후 전개될 수 있었던 일부 불복종이나 마찰·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국민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차분히 후속적인 법적 절차를 주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종북논쟁을 종식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더욱 신장시킬 수 있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결정이 있은 지 2년2개월여 만에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하여 대통령을 파면하였다.

파면 결정 이전에 탄핵 찬반을 둘러싼 체감적 긴장감은 위헌정당 해산심판 결정을 전후하여 감돌았던 갈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으며, 항간에 팽배한 불안감과 위기감은 북핵으로 인한 것 못지않은 상태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고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승복하는 자세로 국민과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것만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의 결과 직무정지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분열, 나아가 마비를 직시했으며, 국정은 또 얼마나 많은 공백과 답보 상태에 있어야 했는지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현장에서 가슴 저미며 경험하였다. 자국우선주의의 칼날을 더 높이고 있는 국제관계 속에서는 울타리 없이 몰아닥치는 찬바람을 빈 몸으로만 지탱해야 하는 서러움도 목도할 수 있었다.

정치적·법적 환경에 의한 대통령의 공백상태에서 야기될 국가적 어려움은 가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상태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은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결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고, 위기 극복의 의지가 배경이 되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2년여 전에 보여주었던 승복의 자세와 이를 통한 새로운 통합의 길이 절실한 시간이라 하겠다.

통합의 길 위에 섰을 때 비로소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사회를 창조해 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의 방향으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신뢰와 신임을 얻지 못하는 어떠한 정치권력이나 국가권력도 국민의 이름으로 된 존립기반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나아가 어떠한 권력도 법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또한 새로운 사회는 있었던 사실을 숨기거나 없었던 것처럼 하면서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침해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이는 민주주의의의 전제가 되는 공개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아니한 사회에서는 더 이상 진솔한 대화도, 그를 통한 타협과 승복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국민은 끝없이 주장하고 있다. 성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규범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의 요구를 모두 끌어안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헌법의 해석이나 결정을 통해 보완하고 있으나 항상 사후약방문 식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는 세계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나아가 주도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사회 창조를 위한 심각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실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