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 동상 김경미씨 가족 수기

  • 황인무
  • |
  • 입력 2017-03-13 07:48  |  수정 2017-03-13 08:36  |  발행일 2017-03-13 제18면
“가족 함께 장보고 요리하고 밥 먹으며 힐링·위안 얻어요”
평소 밥 잘 먹지 않아 고생한 아이
요리 함께 하며 음식에 흥미 가져
식재료 키우며 생명 소중함도 배워
20170313
김경미씨 가족이 지난 8일 집에서 각자 자신있는 악기로 연주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김경미씨 가족은 함께 요리를 하며 가족애를 다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재료를 키우고,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1. 현빈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현빈이는 아기 때부터 심했던 만성변비 때문에 관장약을 달고 살았습니다. 변비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도 많았고 여러 가지 노력도 해보았지만 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아 여러 사람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치원에서 밥상머리 교육의 일환으로 요리숙제를 내주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예쁘게 음식을 차려 놓고 형식적인 사진을 찍어 숙제로 내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활동들이 어느덧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진정한 밥상머리 교육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플로 앞치마를 입고 머릿수건을 두르고 요리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었고 조금 힘들어도 같이 요리를 하면서 실수를 하며 함께하는 시간들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음식을 잘 먹지 않던 현빈이도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에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잘 먹게 되었습니다.

#2. ‘음식을 흘리지 말고 먹어라’ ‘음식을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라’ ‘골고루 먹어라’ ‘어른이 수저를 먼저 들면 먹어라’ 등 딱딱한 식사예절만 강조하던 모습들에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 예전에는 엄마인 제가 음식들을 다 준비해 ‘밥 먹자’고 하면 와서 먹고 가버렸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요리를 하는 동안 현빈이는 수저를 놓거나 반찬을 꺼내놓고 요리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아빠가 특별요리를 해주는 경우도 많이 생겼고, 가끔은 현빈이 혼자 엄마, 아빠를 위해 아침을 준비해 주는 날도 있었습니다. 같이 요리하고 상차림을 준비하고 식사하는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식사하는 동안 학교생활과 친구들에 관한 얘기도 나누고 어떤 때에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기도 합니다. 주말에 한 끼는 꼭 아빠와 함께 요리를 합니다. 그 덕에 초등 4학년인 현빈이는 웬만한 볶음밥, 라면, 샌드위치를 수준급으로 만들어 냅니다.

#3. ‘하루에 한 번은 꼭 같이 밥 먹자’. 그것이 우리 가족의 작은 노력입니다. 가끔 시간을 내어 아빠가 정성 들여 해준 요리는 예쁘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칭찬을 해줍니다. 현빈이가 한 요리에는 1호, 2호, 3호 등 번호를 매겨 기념합니다. 간단한 게임으로 설거지 벌칙을 주거나 장도 보러 갑니다.

#4. 현빈이는 4학년이 되어 과학시간 숙제로 강낭콩 키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물을 주며 강낭콩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게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 농부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으며 수확의 기쁨도 맛보게 되었습니다. 현빈이가 수확한 강낭콩으로 밥을 지어 먹었을 때 감동하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대견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요즘 쑥갓을 키우고 있는데 날씨 때문인지 잘 크지 않아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또 직접 베란다에서 식물가꾸기를 하는 것도 아이에게 많은 교육과 깨달음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장을 볼 때에는 꼭 현빈이에게 재료를 고르게 합니다. 어떤 채소가 더 싱싱할지, 더 맛있을지 고민하면서 직접 고르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현빈이가 골라준 버섯이 참 맛있네’ ‘싱싱한 거 잘 골랐네’하며 칭찬을 해주면 뿌듯해합니다. 현빈이는 장을 본 식재료들을 직접 정리도 합니다. 아이가 어떤 것을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지, 어떻게 넣어두면 신선한지 알게 되는 것은 물론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 많은 공감대와 이야깃거리를 줍니다.

#5.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 댁에는 2주일에 한 번 들러 꼭 식사를 같이하고 옵니다. 아빠와 현빈이가 열심히 메뉴를 정하고 아빠는 오랜만에 실력발휘를 해봅니다.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서 현빈이가 꼭 할머니께 안마를 해드립니다. 바쁜 생활과 지치고 힘든 어려움을 극복해 주도록 힘이 되는 건 역시 행복한 밥상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생활이 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참 힘든 요즘입니다. 요즘 한자녀 가족이 많아 아이들이 더욱더 외로움을 느끼며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시간을 내어 밥상머리 교육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고 가족들을 더욱더 이해하게 되며, 많은 힐링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역시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