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가리리(誰知烏之雌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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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07:51  |  수정 2017-03-13 07:51  |  발행일 2017-03-13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가리리(誰知烏之雌雄)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교사 시절 처음으로 2학년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학년 초에는 언제나 아이들의 서열다툼이 잦습니다. 학급회장 선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선 2학년이 되어야 처음으로 학급회장을 뽑습니다.

“회장 할 사람?” 50여명의 학생 중 절반이 넘게 “저요! 저요!”하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리쳤습니다. 학생들의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 터라 한 사람씩 나와서 칠판에 자기 이름을 쓰도록 했습니다. 칠판 가득히 이름들이 들어차고 한 사람씩 나와서 소견 발표를 하였습니다. 당당한 아이, 수줍어하는 아이, 장난꾸러기, 싸움꾼 등 모두 하나같이 “공부 잘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아이가 학급을 잘 이끌어갈지는 교사도 아이들도 어느 누구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단지 네댓 명의 표만 얻으면 학급회장에 당선됩니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탄핵의 인용, 기각(각하)으로 제각각 개인 성향에 따라 집회를 하였습니다. 심지어 북한과 주변의 힘센 나라들까지 들쑤시는데도 누구 하나 국가안보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거나 말거나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은 엄청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안하무인격 ‘자기만 잘난 척’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용한 대다수의 국민은 무언가 모를 불안에 싸여있습니다. 과연 누가 현명하게 국민을 대변할는지는 오리무중입니다.

#시경 ‘정월(正月)’시에는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가리리’라는 뜻입니다. 까마귀의 자웅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처럼 옳고 그름이나 착하고 악한 것을 분명하게 가리기 어려울 때 비유로 쓰는 말입니다. 주나라 유왕 곁에는 포사라는 잘 웃지 않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포사는 봉화가 잘못 올려져서 제후들이 의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고는 삥긋거렸습니다. 유왕은 포사를 웃기기 위하여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모이게 하였습니다. 거짓 봉화가 자주 오르자 나중에 제후들은 모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난폭한 유왕은 그런 제후들을 처참하였습니다. 난폭하게 정치를 그릇되게 하자 자연히 내란과 소요가 일어나 백성들의 생활은 곤핍했습니다. 그 격화된 사회상을 노래한 것이 ‘정월(正月)’입니다. 산을 보고 산이 아니라고 하면 그것은 허무맹랑한 거짓말입니다. 산은 아무리 얕다고 해도 등성이가 있고 언덕이 있습니다. 이런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유왕은 막을 생각도 않고 점치고 해몽만 하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신하들은 성인인 체 자기자랑만 하고 뽐내고만 있었습니다. 유왕의 잘못된 정치로 자중지란이 일어나 결국 서주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가리겠습니까?(誰知烏之雌雄) 동물들은 주로 수컷이 화려합니다. 유독 까마귀의 암수 구별은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비를 가리고 선악을 가리는 일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아마 까마귀 고기를 먹나봅니다. 내가 하면 옳음이고 남이 하면 잘못이라는 생각은 결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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