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을 판단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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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07:55  |  수정 2017-03-13 07:55  |  발행일 2017-03-13 제25면
[문화산책] 예술을 판단하는 법
박정현 <설치미술 작가>

Scene 1

캔버스에 큰 붉은색의 원이 그려져 있는 두 작품이 있다. 작가도 다르고 제목도 다른 이 두 작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판사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두 작품은 같은 작품이니 한 작품을 내리라고 명령한다. 두 작품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감상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 작품은 제비뽑기에서 져서 쓰레기통에 버려져야만 했다. 운 좋게 전시된 작품은 사과를 추상화한 것이고, 철거가 된 작품은 불교 교리 중 하나인 윤회(輪廻)사상을 그린 작품이었다.

Scene 2

두 여인이 같은 버스를 탔다. 서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유명 브랜드의 블랙 수트를 입고 나란히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여인이 다른 여인에게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 다른 여인은 우연히 나란히 서 있을 뿐 많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의 블랙 수트를 입고 있다며 벗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언성을 높였고 버스 안은 시끄러워졌다. 우연히 판사가 그 버스를 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에게 싸움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판사는 두 여인에게 옷을 산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러곤 늦게 옷을 산 여인에게 옷을 벗고 버스에서 내리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한 여인은 알몸으로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 블랙 수트를 입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한 여인은 친구들과 파티에 가는 길이었고, 알몸으로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했던 여인은 어머니 장례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Scene 3

한 사람이 여행을 하다 누군가를 보고 반가워한다. 본인과 너무 닮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닮은 사람은 뭔가 언짢은 표정이다. 형제도 아닌데 형제처럼 닮아 보이는 사람이 이유 없이 싫어진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저 사람이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저를 흉내 내고 있어요’라며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고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고 비난을 한다. 그 광경을 본 판사는 두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판사는 생일이 늦은 사람에게 지금 모습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도록 성형을 하기를 권한다. 그는 성형할 마음이 전혀 없으며 성격이 다르니 분명 다르게 늙어갈 것이라고 지켜봐 달라고 애원한다. 판사는 그들이 늙어 갈 때까지 지켜볼 수가 없었다. ‘일주일이나 늦게 태어났으니 사형에 처한다.’

파울클레 (Paul Klee: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는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한다. 나의 작품 ‘Disturbing’은 2014년 ‘감옥’에 가게 되었고 2017년 2월 ‘사형대’에 올라갔다. 예술은 법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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