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사회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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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4 07:38  |  수정 2017-03-14 07:38  |  발행일 2017-03-14 제19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사회 공포증
<곽호순병원 원장>

독일의 훌륭한 음악 대학에서 성악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M씨. 귀국 연주회를 앞두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무대 공포증이 생긴 것이다.

그 많은 세월을 타국 땅에서 오직 성악 실력을 갈고닦아 비로소 훌륭한 성악가가 되었지만, 무대에 설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 청중 앞에서 엉뚱한 실수를 벌일 것 같은 예감과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 특히 평론가나 기자들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에 귀국 연주회를 미루기만 했다.

사회 공포증은 말 그대로 사회적 상황을 피하게 되는 일종의 불안 공포증 현상이다. 당혹감을 줄 수 있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 또는 활동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지속적으로 피하려고 하며, 만약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심한 불안 반응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바로 사회 공포증이라 한다. 사회 공포증의 핵심은 낯선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 상황에서 심각한 공포심을 갖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타인의 평가가 있는 사회적 환경에 놓인다면 매우 불안해하고, 심하면 공황 상태를 느끼기도 한다.

주로 두려워하는 상황은 대중 앞에서의 연설, 타인 앞에서 글 쓰기, 음식 먹기, 공중화장실 이용하기, 무대에서 어떤 행위를 해야 할 상황들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불안정한 사람으로 혹은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 볼 거야.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나타나며 심하면 공황 증상까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나 목소리가 떨리거나 땀을 흘리고, 몸이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어 그 상황을 피하고 싶어지는 현상이 바로 사회 공포증이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공포증을 겪는데, 평생 유병률이 약 10% 정도로 드물지 않은 불안 장애 중 하나이다. 행동에 많은 위축을 가지는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성장 동안에 받은 많은 부정적 사건들이 사회 공포증을 겪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여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지만 사회적인 어려움은 남자들에게서 더 심각하다.

성악가 M씨는 절실했다. 공포증을 이겨내지 않으면 자신의 정체성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지행동 치료를 시작했다. 즉,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훈련을 통해 인지를 재구성하고,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는 기법을 훈련하고 불안 상황에 노출시키는 방법(상황 노출)을 통해 불안을 경감시켰다. 또 긴장으로부터 이완되게 훈련하며, 불안이 심할 때 신체적 반응을 덜 나타내게 하는 약물 치료를 동원해 드디어 무대에 설 수 있는 치료적 효과를 보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대에서 청중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후 많은 축하의 박수를 받게 될 그가 자랑스럽다.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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