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의 건강이야기] 산후풍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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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4 07:48  |  수정 2017-03-14 07:52  |  발행일 2017-03-14 제21면
출산 후 관절통·수족냉증, 약침·뜸·한약으로 증상 개선
20170314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기에 겪을 수 있는 행복한 형벌이라 할 만큼, 그로 인해 얻는 기쁨과 비례해 임신기간과 출산 후까지 이어지는 신체·정신적인 부담을 얻게 된다.


무조건 따뜻하게 하거나 과도한 땀
더 허약하게 만들거나 살찌기 쉬워

분만후 어혈 풀어주거나 기혈 보충
적당한 보온과 찬기운 철저히 차단
만성화 염두…장기치료 관리 해야



임신에 성공하게 되면 그 기간 많은 신진대사가 태아를 위해 변화하며 태아에 이롭게 맞춰진다. 또 이는 임신부의 몸이 태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면 점차 심화된다. 그래서 평소의 1.5배가량 혈액량이 증가함에도 엄마는 빈혈로 힘들고, 경우에 따라 고혈압, 당뇨 또는 알 수 없는 가려움 등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상적인 임신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변화가 현저해서 출산 후 조리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유산의 경우, 기쁨의 결실을 얻지 못한 상실감에 10개월을 채운 산모에 비해 그 조리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출산인 경우 출산 시에 태아의 배출과 태반의 탈락을 위해 몸에서 적절한 반응을 잘 해내는 데 비해, 유산은 오히려 시기에 따라서 출산보다 태아와 태반 배출이 불완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술과정에서 자궁에 상처나 염증, 유착 등으로 이후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옛 문헌에서도 소산(小産·임신 3개월 이후 저절로 낙태되는 일)이 정산(正産·정상적인 출산)보다 모체의 손상이 크므로 신중히 관리하라 했다. 염색체의 이상, 자궁의 기형, 임신 사실을 모른 상태로 이어진 잘못된 섭생 등에 의해 발생하는 유산은 인공식품이나 다양한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의류, 신체·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여성에게서 점차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유산 또한 작은 출산으로 보고, 적절한 산후조리 및 휴식을 통해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음 인연을 준비해야 한다.

예부터 선조들은 출산 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삼칠일 또는 백일이라는 조리기간을 정해놓았다.

산모의 이완됐던 전신의 골격, 근육, 인대 등과 기혈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시기를 의미하기에 조리기간에는 무리한 가사노동이나 운동, 차가운 기운의 노출, 관절의 무리한 사용을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만약 이 시기 조리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관절통, 저림, 식은땀, 수족냉증 등의 산후풍(産後風)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참여 증가와 그만큼 확보되지 못한 복지여건에 의해 적절한 조리없는 출산 후 이른 복귀로 여성들은 만성적인 관절의 시큰거리는 통증과 바람 드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출산 후 갑작스럽게 쇠약해지거나 붓고 망가진 신체로 인한 우울감 등 정신·신체적인 고통을 받는 여성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 제대로 된 조리를 알지 못하고 무조건 따뜻하게 하다 과도하게 땀을 내거나 다이어트 욕심에 너무 이르게 음식을 조절해 몸을 더욱 허약하게 하거나 살이 찌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적당히 따뜻한 온도, 생혈을 돕는 충분한 수분과 영양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백일간의 절대안정은 영양이 충분한 현대인들에게는 비만과 근력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의 여성들과는 골격과 체질이 다름에도 그들처럼 출산 후 일주일도 되기 전에 샤워를 하고 찬물을 마시는 등의 행위는 위험하므로, 관절이 출산이전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산후풍의 원인은 출산 자체에 있기 때문에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만 보이거나 국소적인 부위의 질환으로 보일지라도 일반적인 운동기 질환들보다 더 심각하고 만성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와 관리에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출산 전부터 산후풍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분만 직후 상태에 따라 어혈을 풀어주거나 기혈을 보해주는 한약의 섭취가 조속한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또 적절한 휴식과 충분한 영양섭취, 땀을 내지 않는 적당한 보온과 철저하게 찬기운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여름철이 산후조리가 더 어렵다. 땀이 나지 않도록 먼저 방의 에어컨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고 찬 기운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부채나 선풍기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등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산후 회복이 더디거나 산후풍 증상이 생긴 경우, 적절한 침 처치와 한약처방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손발의 저림이나 시린 증상은 체열검사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약침, 뜸, 한약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체열검사를 재시행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환자 스스로 느끼는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의학적인 산후관리는 전통적인 산후회복법의 지혜를 사용해 현재에 사는 한의사들이 현대사회에 맞도록 고찰해 환자에게 지도하고 있다. 담당의와 충분한 상담이 회복된 상태를 유지하고 평생의 건강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한방부인과 안뜰에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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