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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영화 ‘재심’ 현우 役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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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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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배우 생활의 목표예요”

배우 강하늘(24)을 만난 이들은 모두 그를 칭찬한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데다 잘 웃기까지 한다고 극찬이 끊이질 않는다. 미담이 쏟아진다.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마다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를 직접 만나보니 왜들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등장만으로도 주변 공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을 지녔다. 괜히 미담 제조기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강하늘은 “착하지 않다. 전화받기 싫을 땐 종종 잠수도 탄다"라며 손사래 친다. “박보검과 연예계 미담 양대산맥 아니냐"라는 기자의 농에 “보검씨는 정말 착하지만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한다. “전 착한 게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다 착합니다. 좋은 사람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저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얼굴 구길 일 없이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뿐이에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실화 다룬 영화
목격자서 살인누명 10년 옥살이 청년役
“매 순간 비통한 정서 지녀야 하는 힘듦
그때마다 웃음 끊이잖는 현장이 큰 힘”

영화 ‘동주’서 치열·지독한 연기 고민
“지금을 살자”는 깨달음 후 행복한 나날
영화‘쎄시봉’·예능‘꽃보다 청춘’ 이어
변호사役 정우와 세번째 호흡 “척하면 척”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배우 생활의 목표라는 강하늘.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새삼 확인한 계기가 됐다. 10년의 세월을 억울한 옥살이로 보낸 현우를 연기한 강하늘은 매 순간 비통한 정서를 품고 지내야 했다. 그때마다 강하늘을 일으켜 세운 건 웃음이 떠나질 않는 현장이었다.

‘재심’은 16년 전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한 한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2000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북 익산의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강하늘이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돼 10년 감옥살이를 한 현우를, 정우는 그런 현우를 믿고 변론해주는 변호사 준영을 연기했다. 영화 ‘쎄시봉’, tvN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이후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현장에서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었다.

“‘재심’으로 제가 정우 형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되새길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영화 ‘바람’을 보고 또 볼 정도로 정우 형 팬이었거든요. ‘꽃보다 청춘’으로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고 확 친해지면서 팬으로서 마음이 조금 옅어졌다가 ‘재심’으로 다시 깨달았죠. 정우 형은 언뜻 보기에 편한 생활연기를 하잖아요. 그게 다 엄청난 고민과 계산 끝에 나온 연기입니다. 그래서 더 멋있고, 대단합니다.”

강하늘은 촬영 중반 실제 주인공인 최군을 만났다. 영화에서는 날카롭고 마르게 표현됐지만 실제 첫인상은 풍채 좋은 아저씨였다. 영화와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길 나눌 수도 있었지만 강하늘은 애써 일상 이야기만 나눴단다. 억울한 10년의 세월 중 자신은 단 하루도 살아보지 않았기에 섣불리 사건에 대해 얘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첫인상은 순박한 아버지였어요. 풍채도 좋고, 가족들과도 잘 웃고 즐기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었죠. 저는 단 하루도 그분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데 주제넘게 ‘영화 잘 찍어볼게요’라는 말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영화 관련 실제 사건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일상적인 얘기만 하려고 했죠. 무의식 중에라도 그 사건을 얘기하는 게 그분에겐 깊은 아픔일 수 있잖아요.”

현재진행형인 실화를 다뤘지만 섣부른 교훈,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진 않단다. 그는 “이준익 감독님이 창작 활동하는 사람들이 관객들이 뭔가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단 얘길 했는데, 맞는 말이다. ‘재심’ 역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관객 여러분 개개인이 느끼는 의미, 감상이 맞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약촌오거리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TV프로그램을 통해 접했습니다. 전 사회적 이슈, 사건을 접하면 그 이면에 대해 찾아보는 편입니다. 궁금하니까요. 약촌오거리 사건도 그런 경우였는데, 저한테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놀랐습니다. 당시 사건에 대해 제 나름대로 검색하고 알아가며 엄청난 울분을 느꼈거든요. 그럼에도 약촌오거리 사건 자체가 ‘재심’을 선택한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전 전적으로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선택했습니다.”

사실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후 지독한 오춘기를 보냈다. 영화 ‘스물’ ‘쎄시봉’ ‘순수의 시대’가 줄줄이 개봉했고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니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대세’가 돼 있었다. 대세라는 꼬리표와 함께 수많은 관심, 오해, 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예상치도 못한 열애설을 해명하는 불편한 순간도 마주했다. 속마음을 꺼내 탈탈 털어내 보일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었을 테다. 억지로 웃기도, 가식 떨기도, 변하기도 싫다는 그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잡고 있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미생’ 장백기를 선택할 때 내가 스타덤에 오르겠단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 오히려 ‘미생’의 원작팬으로서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싫었어요. 막상 내가 ‘미생’에 출연하게 됐을 땐 원작팬들을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미생’ 덕분에 (변)요한이 형도 그렇고 (강)소라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은혜를 입었어요. 솔직히 그런 얘길(대세) 들을 때마다 감사한 건 당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일까. 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예전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여기서 조금의 실수라도 나오면 자책감이 듭니다. 물론 내가 대세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아직 한참 남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요.”

강하늘은 오춘기의 끝 무렵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와 만났다. 이 영화에서 시인 윤동주를 연기하며 치열하고 지독한 연기 고민을 끌어안은 강하늘은 촬영 내내 수면유도제를 먹어가며 연기에 몰입했다. 자신의 눈빛, 손짓, 말투 하나가 누군가에겐 윤동주 시인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숨이 턱 막혔다. 스스로를 담금질한 덕분에 연기 결은 섬세해졌고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재심’보다 ‘동주’가 훨씬 힘들었습니다. ‘재심’은 기본적으로 제가 실제 최군을 따라한 것도 아니고, 일단 배역 이름부터 다르잖아요. 하지만 ‘동주’는 이름도 윤동주인 데다 저의 연기가 누군가에겐 윤동주 시인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니 두려웠죠. ‘동주’를 찍을 땐 너무 힘들어 수면유도제를 먹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어요. 매 장면이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움직임인데 그 움직임이 맞는지 모르겠고, 불확실한 배우의 삶을 버틸 만한 그릇이 안 되는 건가 싶었죠. 제가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저의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불확실성을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허우적거렸죠. 고민이 점점 응어리지다 ‘동주’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동주’라는 지독한 숙제를 끝내고 나니 남은 건 “지금을 살자”라는 값진 깨달음이었다. 깨달음의 비결은 명상이었다. 과거라는 거짓말, 미래라는 환상이 아닌 내 힘이 닿을 수 있는 ‘지금’에 충실하자는 것. 덕분에 행복한 지금, 행복한 오늘을 살고 있단다.

“전 무교인데, 명상을 통해 좋은 마음을 많이 얻게 됐습니다. 명상을 하며 삶의 모토가 많이 바뀌었죠. 지금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미래, 좋은 과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과거는 거짓이고, 미래는 환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내 힘이 닿을 수 있는 순간은 지금밖에 없습니다. 지금에 집중하니 점점 행복해지고 있어요. ‘동주’가 여러 의미로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주’ 덕분에 ‘재심’도 힘들지 않게, 재밌게 찍을 수 있었고요.”

강하늘은 매해 1월1일 새해 다짐과 목표를 노트에 적으며 1년 단위로 자신을 점검한다. 2016년은 행복과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움에 잠 못 이뤘던 한 해였다면 2017년은 행복한 지금을 살고 싶단다.

“쉬지 않고 일하면 소모되지 않을까 처음엔 걱정도 많았죠. 이러다 내 속이 텅 비어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즐기기로 하고 나니, 이런 고민도 사라졌습니다.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 아무런 의미도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소모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모되는 것이고, 비워내고 채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겁니다. 10년 후에도 여전히 행복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함께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촬영장에서 웃으면서 말이에요. 꼭 지나고 나야 그때가 좋았던 시절임을 깨닫잖아요. 오늘 이 순간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분명 행복했던 시간일 거예요. 즐기려고요.”

글=TV리포트 김수정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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