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친 재산 불리기 프로젝트…만능통장이 ‘무능통장’ 신세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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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8   |  발행일 2017-03-18 제11면   |  수정 2017-03-18
ISA 출시 1년…‘황금알’ 낳는 마법 부렸을까
20170318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지난 14일로 출시 1년을 맞았다. 소득이 있는 사람(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제외)이면 누구나 한 계좌에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모아 관리하면서 순이익의 200만~25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보고, 이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이율(9.9%)로 분리과세하는 금융상품이어서 출시 당시 ‘만능통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출시 이후 한 달간 누적 가입자 수는 139만4천287명, 가입액은 8천763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 1년 동안의 성적표는 신통찮다. 금융당국이 ‘국민 재산 불리기 프로젝트’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초반에는 반짝인기를 끌었지만, 수익률과 세제혜택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세제혜택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ISA 시즌2 상품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지만, 떠나가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1년의 성적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통합정보사이트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ISA 가입자는 236만1천712명, 가입금액은 3조5천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가입자 수가 1만5천75명 줄어든 것은 물론 출시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전체 가입자가 감소한 것이다.

가입금액도 지난해 12월 837억원, 지난 1월 90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월 증가액은 두 달째 1천억원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4개월간 월평균 가입금액이 6천억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열기가 얼마나 식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가입자 수는 2만9천76명이 순감, 신규 가입자보다 중도 해지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임형 모델 수익률 0.49%에 그쳐…은행 예금금리보다 못해
가입조건 까다롭고 세제혜택은 크지않아 출시 한달 반짝인기

英·日, 가입자격·비과세한도 제한 없어 ‘알짜통장’ 성공사례
금융당국 ‘ISA 시즌2’ 연내 출시 예정…인기 회복은 미지수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집계되는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1월 말 기준으로 0.49%(최근 6개월 평균)에 그쳤고,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0.98% 수준이다. 은행 예금 금리가 보통 1%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못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출시 초반 금융기관들이 실적 채우기를 위해 불필요한 과열경쟁을 벌여 불완전판매 등으로 깡통계좌를 양산한 후유증도 없지 않다. 상품 출시 초기 실적 채우기용으로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1만원 이하 깡통계좌를 만들었고, 이런 깡통계좌들이 잇따라 해지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14일 ISA 판매 1주년을 맞아 네티즌 1천4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ISA를 알고 있었고, 335명이 ISA에 가입했다. 하지만 ISA에 가입할 때 34.9%는 부족한 상품 설명으로 불편을 겪었고, 가입 시 설명서 교부 및 설명 정도를 묻는 조사에서 회사 측이 상품 정보가 담긴 설명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들이 32.2%에 달했다. 특히 6.0%는 아예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설명서를 바탕으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는 이들은 29.3%에 불과해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듣고 가입한 경우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애초 ISA의 강점으로 꼽혔던 세제 혜택 등이 정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대폭 후퇴한 점도 한몫했다.

ISA는 일반형의 경우 의무 가입 기간 5년이 지나야 이자배당소득 중 20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5년 동안 목돈을 묶어 두고 실제 감면받는 세금이 고작 30만8천원에 그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대 가입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20대와 30대 ISA 가입자는 지난해 6월보다 각각 8.48%와 0.78% 줄었다.

◆성공한 일본과 영국은 뭐가 달랐나

만능통장으로 불리던 ISA가 무능통장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금융소득 2천만원 이하 등 가입조건은 까다롭지만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은 크지 않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거기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동안 자금을 묶어 둬야 하는데, 수익률마저 만족스럽지 못하면서 1년 사이 이같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도입에 앞서 ISA를 시작한 영국과 일본은 우리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3개국 ISA 성적표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시들해진 국내 ISA가 ‘만능통장’까지는 아니어도 ‘알짜통장’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참고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은 1999년 관련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18세 이상 성인의 절반가량이 ISA에 가입해 있다. 2014년에 시행한 일본의 경우 작년 6월 기준으로 가입자는 1천만명을 돌파했고, 자금 유입은 첫해 30조원, 이듬해 35조원, 그리고 작년엔 상반기에만 20조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와 달리 영국과 일본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이유는 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영국과 일본은 성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비과세 한도와 중도인출에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득이 증빙되는 근로자와 사업자·농어민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탓에 주부·은퇴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비과세 한도도 최대 25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중도인출이 불가능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은 묶어놔야 한다. 영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입자격부터 세제혜택이 가장 인색한 상황인 것이다.

◆ISA 시즌2는 성공할까

이러한 지적 등이 나오면서 금투협과 금융당국은 세제혜택 확대 등 소비자 불만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ISA 시즌2’를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ISA 2를 시작으로 주니어 ISA, 학자금 ISA, 대출마련 ISA 등 다양한 목적형 ISA를 만들 계획이다.

ISA 시즌2는 기존 ISA보다 비과세 혜택을 늘리고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ISA의 비과세 혜택을 400만원으로 기존(200만원)보다 2배 늘리고, 만 60세 이상도 소득증빙 없이 가입할 수 있게 허용하고, 긴급자금 필요 시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즌2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식어버린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ISA 출시 당시 협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증권사와 은행 등에서 엄청난 이벤트를 동반한 마케팅을 통해 투자를 모집했지만, 결국 가입자 수나 금액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ISA가 기대에 못 미치는 1년 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시즌2가 나온다고 해도 돌아서 버린 투자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지난해의 경우 ISA 출시 전 엄청난 광고로 가입자를 끌어모았지만, 이미 성적표가 나온 만큼 실제 수익률 등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와야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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