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행복하자] 어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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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8 08:09  |  수정 2017-03-18 08:09  |  발행일 2017-03-18 제16면
[詩로 행복하자] 어떤 풍경
<대구시인協·영남일보 선정 ‘이주의 詩人’>

당신이 산이라면 나는 강, 나는 당신을 넘지 못하고 당신은 나를 건너지 못합니다 천년을 내게 발을 담근 채 당신은 저 건너에만 눈길을 두고, 만년을 당신 휩싸고 돌며 나는 속으로만 울음 삭였습니다 그렇게 세월 지나 당신의 능선 위로 별빛 기울고 나의 물결 위로 꽃잎 떨어져 당신은 죽고 나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주검 돌아보니 산은 첨벙첨벙 강 속으로 들어가고 강은 찰랑찰랑 산의 허리 감싸 안고 흘러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슬픔도 그리움도 모두 잊어버리고 푸른 하늘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새들 바라보며 골짜기에 보얗게 안개 피워 올리는 그런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진흥 시인= 서울 출생. 197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197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197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별빛 헤치고 낙타는 걸어서 어디로 가나’ ‘칼 같은 기쁨’ ‘어디에도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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