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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끊고 식사·티타임은 온가족이…“아이가 밝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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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동욱기자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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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동상 김예은씨 가족수기

김예은씨 가족이 지난 14일 오후 다이닝룸에서 차를 마시며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8년간 영국 생활 후
한국 와 학원 다니자
스트레스 많이 받아

놀이와 책 읽기 집중
아이들 행복감 커져
좋은 인성은
교육을 통해서보다
좋은 환경에서 길러져

#1. 나는 2007년 자동차를 너무나 사랑하는 특이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 후 6개월쯤 됐을 때 자동차의 종주국인 영국으로 함께 떠났다. 남편은 꿈에 그리던 모터스포츠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고, 나는 영국에 간 지 3개월 만에 첫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모든 공부를 중단하고 엄마의 임무에 충실하게 되었다. 남편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사이 나는 예쁜 딸과 잘생긴 아들의 엄마가 되었고 가족이나 친척을 비롯해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영국에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8년을 보냈다. 아이들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이 되니 슬슬 향수병이 찾아 왔고 가족들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지금이 아니면 연세 드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갑자기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다.

#2. 갑작스럽게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온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대구에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주위에서는 영어를 까먹지 않게 빨리 영어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부랴부랴 영어학원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을 찾아서 등록을 했다. 한 달 학원비가 교재비를 포함해서 거의 40만원. 비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길밖에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학원을 등록했다.

학원은 집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 이상 걸렸다.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학원 수업시간 1시간 전에 셔틀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서 1시간 30분 수업을 받고 다시 40분 이상 걸려 집에 돌아왔다. 하루에 1시간30분 수업을 받는데 학교를 끝나고 학원에 다녀오면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결국 딸아이는 일주일을 못 버티고 학원에 가기 싫다고 떼쓰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아이라서 얼마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3.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한 환경에 잘 적응시키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절 학원은 보내지 않고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같이 쇼핑도 가고 공부도 봐주고 놀아주고 책도 읽고 또 같이 티타임도 가지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북구 끄트머리인 칠곡에서 시내 곳곳과 가창에 있는 놀이공원까지도 다녔다. 이렇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은 대구를 잘 알게 되고 대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또래 친구와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 기회를 주었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은 언제 영국에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주었다.

#4.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TV를 사지 않은 것은 남편과 처음 결혼할 때부터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이들 교육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한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우리 아이들 교육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은 TV며 휴대폰이며 일절 미디어를 접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매 둘이서 놀이를 만들어서 논다. 놀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한번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하면 몇 시간이고 둘이서 재미있게 논다. 놀이하는 것도 재미없어지면 아무도 읽으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책을 읽는다.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영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어를 아주 잘하고 글쓰기도 아주 잘해서 학교에서 글짓기 상도 여러 번 탔다.

아이들이 가끔 만화를 보고 싶어하면 영어로 된 영국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던 몇 개의 만화를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보여준다.

#5. 우리 집은 방 하나를 따로 다이닝룸(Dining room)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일반 가정에서는 조금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집에 독립적으로 있다. 우리집 다이닝룸 한쪽 벽에는 책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공간은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닌 간식도 먹고 차도 마시며 책도 읽고 같이 공부도 하는 우리 가족 모두의 휴식의 공간 및 소통의 공간이며 자기 계발의 공간이다. 독립된 식사공간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식사하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또 같이 식사하는 가족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티타임을 가지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6. 한국에 와서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 아이들도 많이 크고 오전에는 조금 시간이 나서 인터넷으로 자격증을 준비하게 되었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온 가장 큰 변화는 내가 공부할 때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옆에 앉아서 책을 읽든 숙제를 하든 스스로 자신들의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자격증 준비가 끝나도 계속 새로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보다는 지금처럼 행복한 사람으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좋은 인성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기보다 좋은 환경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또한 인성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부모가 먼저 삶의 모범을 보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부모의 인성을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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