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乙의 반란’…통쾌한 안방극장

  • 이새론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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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  발행일 2017-03-20 제22면   |  수정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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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애환을 풍자와 웃음으로 담은 오피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위쪽)과 MBC 수목드라마 ‘자체 발광 오피스’의 한 장면. <각 방송사 제공>

오피스 드라마 전성시대


직장 내 부조리 풍자한 ‘김과장’
여성판 미생 ‘자체 발광 오피스’
만년과장의 고군분투 ‘초인가족’


무한경쟁과 갑을관계, 비정규직…
현실 담은 스토리에 시청자 공감
답답한 속 시원하게 뚫어줘 환호


이 시대의 ‘을의 반란’에 주목하라! 안방극장에 오피스 드라마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 시대 을(乙)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오피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과거 오피스 드라마는 1987년부터 6년간 장수한 ‘TV손자병법’처럼 직장인들의 처세술이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석세스 드라마의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장 내 무한 경쟁과 갑을 관계, 비정규직 등을 담은 리얼리티형 오피스 드라마로 진화하고 있다. 막강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계약직 사원 미스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통쾌함을 준 KBS2 ‘직장의 신’(2013)을 시작으로 시즌 15까지 방송되며 직장인들의 애환을 코믹하고 실감나게 그린 tvN ‘막돼먹은 영애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오피스 드라마의 진수 ‘미생’은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2017년형 오피스 드라마는 블랙코미디 형태로 풍자와 웃음을 기본으로 하고 직장인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전개가 특징이다. 그 선두에 선 작품은 KBS 수목 드라마 ‘김과장’이다. 당초 이 작품은 드라마계의 ‘흙수저’라고 불릴 정도로 시작은 미약했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인 데다 주인공 남궁민이 단독 주인공을 맡은 것은 데뷔 18년 만에 처음이다. 때문에 동시간대 방송되는 톱스타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김과장’은 방영 4회 만에 ‘사임당, 빛의 일기’를 따돌리더니 17~18%대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과장’은 연출자와 배우들이 국내 모 대기업 경리부에서 실제 체험을 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였고 매회 엔딩에 양경수 작가의 웹툰을 등장시키는 등 젊고 감각적인 오피스 드라마로 각광받았다. 또한 회사 내 부조리를 앞장서서 타파하는 대기업 TQ그룹 경리부 김과장 역을 맡은 남궁민의 물오른 코믹 연기는 또 하나의 인기 요인이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로고스 필름의 이장수 대표는 “애초 심각한 버전부터 밝은 버전까지 3~4개의 다양한 ‘김과장’ 대본을 써놓고 장고를 거듭했으나 경리부가 배경이고 부정 회계, 회사 내 권력 다툼 등 다소 무거운 소재 때문에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 그리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답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통쾌한 분위기로 간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로고스 필름은 차기작으로 인사부를 소재로 대본을 집필 중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아버지가 다니는 직장에 들어간 아들이 인사부로 발령 난 뒤 아버지를 해고하라는 미션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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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요드라마 ‘초인가족 2017’의 한 장면.
한편 지난 15일 첫 방송한 MBC 새 수목드라마 ‘자체 발광 오피스’는 직장 내 슈퍼 ‘을’인 계약직 여사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tvN ‘미생’이 남자 계약직 사원의 고군분투를 다뤘다면 이 작품은 여성판 ‘미생’에 가깝다. 주인공 은호원(고아성)은 집세, 학비, 취업 걱정에 짓눌려온 ‘7포 세대’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표준 ‘흙수저’다. 호원은 100번째 입사시험에 낙방하던 날 자신이 시한부 삶인 걸 알게 되면서 을이지만 갑만큼이나 당당한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변신한다. 또한 엇갈린 타이밍으로 전 여자친구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턱걸이 입사한 신입사원 도기택(이동휘), 마마보이에 난생 처음 자신의 힘으로 계약직 직원이 된 장강호(이호원), 악으로 깡으로 출산 2주 만에 회사에 출근한 조석경(장신영) 등 다양한 직장인 군상이 출연한다.

하석진은 냉소주의자에 워커홀릭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상사 서우진 부장 역을 맡는다. 그는 “극 중 서우진은 타고난 잘난 사람이 아니라 개천에서 용 난 스타일인데, 결국 타고난 ‘갑’과의 대결에서 좌절을 느끼며 변해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정지인 PD는 “직장 내 갑을 관계가 연결되고 뒤바뀔 수 있고, 이에 따라 관계가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데 그런 관계를 드라마적으로 표현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초인가족 2017’은 라인도 ‘빽’도 없는 비주류 만년과장 나천일(박혁권)을 중심으로 도레미 주류회사 영업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가장 나천일은 낚시장과 볼링장을 오가며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노처녀 가장인 안정민 대리(박희본), 팀 내 ‘아부왕’이자 분위기메이커 박대리(김기리), 미스터리 신입사원 이귀남(이호원) 등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다.

오피스 드라마의 인기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강한 공감대를 발휘할 때 폭발력을 발휘한다. 로고스 필름의 이장수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있고, 직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수단이 아니라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공감대가 높다”면서 “무엇보다 리얼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달라진 시대상을 빠르게 반영하고 직장 내 부조리를 희화적으로 풍자하는 등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론 객원기자 sharonlee1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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