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6] 창조도시 영웅은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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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  발행일 2017-03-20 제30면   |  수정 2017-03-20
[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6]  창조도시 영웅은 시민
김미란 쉼표와 느낌표 대표이사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구 토박이다. 직업이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사투리로 전국에 강연을 다닌다. 그리고 늘 말한다. 대구 사투리는 투박하지만 깊은 속정이 있다고. 보수적이라는 말이 당연한 수식어로 따라붙는 우리 고장 대구지만 그러한 대구가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에 발맞추고 심지어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다고.

요즘은 유치원생도 알 법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핫(hot)’해지기 훨씬 전부터 대구는 전기자동차와 IoT, 시민참여정책과 일가양립을 준비해왔다. 보수적인 대구가 말이다.

모두 잘 알다시피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던 우리 조상들의 자유를 향한 염원과 바람이 이루어 낸 기적 같은 이야기다. 그 운동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난세를 이겨낸 진정한 영웅이었고,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그러한 주도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얼마 전 어느 학자가 발표한 ‘자기력’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릴 강력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작년 8월, 월드비전과 함께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미국이 최대후원국이고 다음이 대한민국이라는 이야기를. 그들은 대한민국이 50년 만에 전쟁으로 황폐해진 폐허의 땅에서 강대국의 후원이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해 보이던, 미국 군인들을 향해 맨발로 외치던 ‘기브 미 쪼꼬렛’의 나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경제 강국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역사를, 그 안에 숨은 국민성과 우리의 ‘자기주도력’을 닮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떠오른 사람은 뜻밖에도 나의 ‘아버지’였다. 중졸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전과 탄광촌을 오가며 동생들 학비를 마련하신 아버지. 주경야독으로 경찰공무원시험을 치고 평생을 청렴하게 살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아 이틀에 한 번은 반나절이 넘는 신장투석이라는 무게를 안고 살아가시는 내 아버지. 그 시절을 살아보지 못한 나와 ‘요즘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 사이의 절대 간극과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함 때문인지 어린 시절은 멀게 느꼈던 내 아버지.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아버지 생각이라니. 그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이 지금 세대가 당연히 누리는 이 모든 환경과 발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영웅’이라는 것을 타향에서 다른 나라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그냥 ‘안다’는 것을 넘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무작정 비방과 불평만 하는 것을 넘어 제대로 알고 제대로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인재들로 성장해야 한다.

나는 끝까지 경상도 사투리로 강연할 것이다. 내 고향이 자랑스러운 ‘경상도 가시나’이므로.
김미란 쉼표와 느낌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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