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폐허에서 솟아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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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21

지난해 11월30일 새벽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 큰 불이 난 지 어느덧 100여일이 지났다. 꼬박 이틀간 타오른 불길로 4지구 상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상인들의 가슴엔 지워지지 않는 깊은 화상(火傷)을 남겼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서울 시전·평양장과 더불어 전국 3대시장으로 꼽혀왔다. 서문시장 내에서도 4지구는 지하 1층~지상 4층의 679개 점포(연면적 1만5천386㎡)로 규모가 가장 크다.

불이 꺼진 뒤에도 현장엔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아우성 뿐이었다. 월말 대금 결제를 위해 현금 1천만원을 가게에 보관해 둔 점포주, 며칠 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새 신랑, 2005년 2지구에서 화재 피해를 입은 뒤 빚을 내 입주한 4지구에서 또다시 화마를 겪은 안타까운 사연까지….

이불과 섬유원단을 판매하는 4지구는 당시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물품을 잔뜩 들여놓은 상태였다. 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린 그들에겐 오직 비통함과 좌절, 포기만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비통함을 희망으로 바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진화가 계속된 화재 첫날 오후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화재피해상인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비대위는 임원을 선정할 때부터 층·품목 등으로 비대위 임원진을 안배해 혹시나 발생할 지 모를 잡음을 사전에 예방했다. 행정기관에 대한 지원 요청을 비롯해 상인 피해 현황 집계, 상가 내 잔여 재산 확인, 대체상가 입주 등 각자 업무도 분담했다. 특히 대체상가로 선정된 베네시움의 개별소유주 655명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입주허가동의서를 받았다.

비대위는 매일 아침 피해상인들을 대상으로 회의 결과를 공지하는 정례브리핑을 가졌다. 비대위의 모든 회의내용은 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며, 세입자·점포주 구분 없이 모든 피해상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로가 힘을 모았다.

대체상가가 선정된 지금, 비대위는 전국에서 모인 성금(76억여원)이 상인들에게 똑같이 나눠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댔다. 일부의 반발이 있었지만 비대위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품목과 점포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상인들에게 성금이 균등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동의를 이끌어냈다.

화재 발생 100여일이 지난 지금, 4지구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대체상가 입주를 위한 설계가 한창 진행 중이며, 화재로 오랜 시간 문을 닫은 야시장도 재개장했다. 또 4지구 재건축을 위한 논의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직 4지구는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과 그을음,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삶의 희망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양승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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