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착시의 함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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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21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인간이 보는 세상은 착시다.’ 얼마 전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가 TV 특강에서 지적했다. 인간은 세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재와 다르게 보는 것이 착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이때 과거의 경험을 이용하면서 시각, 청각적 단서를 통해 세상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보고 듣는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종종 착각에 빠지면서 실재 세상과 다르게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부분을 주목하여 보느냐, 또는 과거의 경험 및 추리에 따라 인식하는 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김경일 교수가 지적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기존의 사고방식, 태도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험치를 적용해 순간적으로 현실을 판단하기 때문에 비정상적 시각차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심판으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동안 사회학적인 집단 착시의 함정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박정희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체험했던 우리들이 부모를 흉탄에 보낸 박근혜를 안쓰럽게 지켜보다가 정치인으로 등장하자 마침내 선거의 여왕이 되기까지 유력한 정치인이 되도록 지지했고, 더 나아가 ‘국민이 가족’이라는 한마디 외침에 우리 모두는 애국심과 깊은 신뢰로 채색된 착시의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시대적 배경에 철저히 지배받는 대중사회의 착시가 만들어 낸 허구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기대치로서의 허상만 쳐다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한탄이 들기도 한다.

9세에 청와대에 들어가 22세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었고, 그 후 정치 역정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직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중심으로만 살면서 자신의 한계를 검증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우상적 리더십이 이런 착시현상을 갖게 한 주범이 아닐까.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착시현상을 이용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인식을 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테러집단에서는 테러에 가담한 동조자들에게 지지하는 정보를 계속 주입하여 집단의 기억을 고착화하면서 그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한다. 왜곡된 정보라도 특정 집단 내에서 계속 노출되면 경험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가진 인간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현재 우리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은 물론이고 외교안보와 경제 각 분야마다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의 잇단 도발은 물론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경제보복을 하는 중국,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압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가 제대로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특히 우리의 새로운 정치적 진로(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망상적 대타(代打)를 찾고 있지나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착시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관점의 교정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겸손하고 겸허한 입장을 가지고 상대방의 처지를 나의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판단에 의한 행동만 옳은 것이 아니다. 반대 측 입장을 돌아보며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연습하다 보면 편견과 착오를 벗어나 보다 포괄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기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배경 등 착시효과를 유발할 만한 정치공학적 음모를 철저히 검증하면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요 역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지켜보면서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착잡한 심정이 들지만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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