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전 대통령, ‘국민 통합’이란 말이 그렇게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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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2   |  발행일 2017-03-22 제31면   |  수정 2017-03-22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청사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극히 요식적이고 짧은 언사였다. 진솔한 사과 표명이 없었고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의 뜻도 내비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지금 대한민국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두 동강 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된 날 서울중앙지검 앞의 집회 풍경도 양분된 국론을 그대로 노정(露呈)했다. 탄핵 찬성 시위대는 ‘박근혜 구속’ 피켓을 들었고, 친박 단체들은 ‘탄핵 무효’를 외쳤다. 국론 분열의 동인(動因)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그의 범죄 혐의를 둘러싼 이견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인용됐고 되돌릴 방법도 없다. 헌재 결정엔 승복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 조사와 형사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온당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 강요 및 뇌물죄 입증 여부가 특히 쟁점이다.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치열한 법리 논쟁도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영상녹화조사에 동의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서도 국민여론은 물론 정치권의 주장도 엇갈린다. 구속 요건이 충분하다는 쪽과 대선에의 영향과 국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하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는 금물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다. 정치권도 성급한 예단을 해서는 곤란하다. 검찰수사를 믿고 지켜본 뒤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게 순리다.

어떤 경우에도 국론이 두 동강 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사법처리를 둘러싼 찬반 집회는 국론 분열을 부추길 뿐이다. 찢긴 국론을 봉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법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국민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다. 국론 분열을 방관하는 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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