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포토라인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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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2   |  발행일 2017-03-22 제31면   |  수정 2017-03-22

유명인사에 대한 취재가 과열양상으로 번져 몸싸움이나 이에 따른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취재진측에서 미리 정하는 취재 경계선이 포토라인이다. 포토라인이 설정되면 사진 촬영이나 취재는 이 선을 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이는 취재를 제한한다는 의미보다는 공정한 취재를 위해 상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다. 탄핵된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며, 전직 대통령으로는 노태우·노무현에 이어 3번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란수괴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는 자택(연희동) 앞 골목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검찰수사관에 체포되는 바람에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현장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서는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당초 예상했던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1995년 12월 2천400억원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포토라인에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2009년 포토라인에 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면목 없다”고 말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이들 전직 대통령은 한결같이 ‘국민께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모두 의도된 전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국민과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두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검찰조사를 받는 입장이었지만 자신은 임기 중 탄핵됐던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며 사실상 탄핵에 불복하는 뜻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이다. 그러나 그는 검찰조사를 앞두고는 일반 피의자들같이 자세를 낮추며 말을 아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듯이 검찰 수사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성실히 받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랬더라면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탄핵 결정과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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