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 한국 최고령 참가자 손기호옹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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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3   |  발행일 2017-03-23 제24면   |  수정 2017-03-23
‘총알탄 할아버지’생활체육 기록사냥꾼
60대·70대 100m 기록 보유
85세 이상 멀리뛰기 금메달
60m달리기 11초15 銀 획득
[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 한국 최고령 참가자 손기호옹
손기호옹이 20일 열린 ‘2017대구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대회’ 85세 이상 멀리뛰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미소짓고 있다.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2017 대구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대회에 ‘한국 생활체육 육상계의 전설’이 참가했다. 주인공은 손기호옹(88·서울)이다. 1929년 4월20일생인 그는 이번 대회 한국인 출전자 가운데 최고령이기도 하다.

손옹은 60대 이상 100m 달리기와 70대 이상 100m 달리기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다.

1993년 64세의 나이에 100m를 12초3으로 뛰어 60대 이상 100m 부문 신기록을 세웠고, 몇년 뒤 70대 때 13초71의 기록으로 70대 이상 100m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때문에 손옹은 생활체육 육상인 사이에서 총알탄 할아버지 혹은 어르신계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린다.

손옹은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 20일 열린 85세 이상 멀리뛰기 종목에서 2.54m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음날 진행된 85세 이상 60m 달리기에서는 11초15를 기록하며 은메달 1개를 추가했다.

손옹은 당초 200m, 400m, 60m 허들 등의 종목에도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연습도중 다리 인대에 부상을 입는 바람에 도전을 멈췄다.

지난 21일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만난 손옹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손옹은 “일이 바빠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이 때문에 몸에 이상이 온 것 같다. 어쩔수 없지만 그 덕에 응원차 함께 온 아들, 딸 내외와 대구 관광을 실컷 했다”고 말했다.

손옹은 젊은 시절부터 달리기를 좋아해 육상을 평생취미로 삼았다. 1988년 지인의 권유를 받아 처음으로 공식 육상대회(베테랑 육상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손옹은 “당시 환갑을 앞두고 있었는데, 100m를 12초대에 주파할 자신이 있었다. 당연히 대회에서 상을 탔고, 이후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그에게 국제대회 참여기회까지 찾아왔다. 손옹은 “생활체육계의 권유로 몇년 전쯤 일본에서 열린 생활체육 육상대회에 참가해 100m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60m에서 맞붙은 일본인 선수(다나카 히루·9초77)는 그때 도 시합을 했는데 내가 졌다. 또 못 이겨서 분하다”고 말했다.

손옹은 아직도 자신의 체력에 자신이 있다. 요즘도 100m를 15초대에 주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손옹은 꾸준히 운동을 해온 덕에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

실제로 손옹의 사례에 대해 운동생리학계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이미 그를 연구대상자로 선정해뒀다는 얘기도 있다.

손옹은 “몸이 따라준다면 일과 달리기를 계속 하고 싶다. 이번에 세계마스터스대회에 첫 출전했는데, 준비를 더 많이 해서 다음엔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꼭 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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