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남 암살후 고립심화…여행자제령 확산·외화벌이 타격

  • 입력 2017-03-23 10:25  |  수정 2017-03-23 10:25  |  발행일 2017-03-23 제1면
싱가포르·말레이·호주 등 방북자제 권고…제재회피 北사업체 집중 감시 대상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암살사건 처리 과정에서 벌인 '인질외교' 등의 여파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북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북한의 '인질 외교'에 놀란 각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방북을 자제시키는가 하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북한식당과 현지 합작법인 등도 집중 감시 대상이 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23일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 북한의 인질외교 이후 동남아시아 각국은 북한 여행의 위험성을 환기하면서 북한 방문을 자제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고문을 통해 자국민에게 방북 계획이 있는 경우 이를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북한이 촉발한 높은 긴장과 최근 상황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북한에 외교 대표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사 지원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북한 방문 자제 권고는 싱가포르에서만 내려진 것이 아니다.


 김정남 암살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북한과 갈등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23일 나즈리 압둘 아지즈 말레이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북한을 예측할 수 없는 국가로 지목하면서 자국민에게 북한에 가질 말 것을 권고했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호주 외교부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여행 지침'을 통해 자국민에게 북한 여행 재고를 권고했다.


 특히 호주 정부는 북한이 외국인에게 가하는 제약, 여행자들에게 적용되는 북한의 법률과 규정,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위협 등을 거론했고, 북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일시적 또는 장기간 억류된 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미국은 지난 14일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대행이 북한에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 석방을 요구하면서 재차 북한 여행 자제를 당부했고, 영국도 북한의 말레이시아인 출국 금지 조치를 예로 들면서 북한 여행 시 안전상황을 주시할 것을 권했다.


 또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북한식당 등의 영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북부 끌라빠가딩에 있는 북한식당인 '평양식당'은 지난 20일부로 영업을 중단했으며,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김정남 암살 여파로 북한 공작원들의 인도네시아 내 정보 수집장소로 의심받아 온 이 식당이 문을 닫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태국 수도 방콕 시내에 있는 북한식당도 최근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오는 손님도 가려서 받던 이들 식당들은 여종업원들이 길거리까지 나가 호객행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자 현지합작 등을 통해 설립한 사업체들도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 각국 정부의 집중감시 대상이 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군사장비 업체 '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스템'과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 등의 등록을 말소했고,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이 제재를 피하고자 '위장회사'를 활용하거나 싱가포르 회사와 사업 협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통화청(MAS)이 모든 금융기관에 이에 관한 주의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지 소식통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절반이 평양에 대사관을 둘 만큼 동남아국가들이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그 덕분에 이 지역의 북한 외화벌이 사업도 활발했다"며 "그러나 김정남 암살사건 처리 과정에서 북한이 인질외교를 일삼은 데다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유엔 차원의 제재도 커지면서 북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맹독성 화학무기인 VX로 김정남 암살한 데 이어 인질외교라는 악수로 동남아시아에서 조차 인심을 잃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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