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미세먼지의 무서운 과거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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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22면   |  수정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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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휩싸인 대구 도심. <영남일보 DB>

1952년 12월4일 런던의 오후. 겨울 치고는 온화했던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차가운 공기가 템스강의 계곡에 주저앉으면서 런던의 바람마저 멈춰버리고 짙은 안개가 끼였다. 저녁이 되자 집집마다 굴뚝에선 석탄을 태운 연기가 내뿜어졌다. 이것이 재앙의 시작인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연기는 안개와 결합해 고무 같은 장막으로 런던을 질식시켰다. 스모그가 ‘저승사자’로 돌변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10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지면서 오염된 공기를 마신 시민들은 급성호흡기질환 등으로 3주 만에 4천여명이 사망하고, 이후에도 만성폐질환으로 8천여명이 추가로 숨졌다. 일명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쟁쟁한 인기 검색어를 비집고 아침마다 단골로 상위 순위에 올라오는 단어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어 오늘도 마스크 쓰고 나왔다. 맑고 푸른 하늘 보는 걸 취미로 가질 만큼 좋아했는데 지금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환기도 맘 편하게 못하고, 외출하는 것도 늘 미세먼지 수치 확인하며 마스크 챙기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야 된다.”

미세먼지의 고통을 적은 네티즌의 댓글은 이젠 누구라도 공감하는 일상이 됐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나 제조업·자동차 매연 등의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그 독성이 상상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미세먼지 때문에 기대수명에 다다르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명이나 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600만명보다 많은 수치라는 보도도 있었다.

불황에 꽉 닫혀 버린 지갑도 미세먼지에는 예외다.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공기청정기는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공기청정기 시장은 50만대 규모였지만 올해는 14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무려 1조5천억원이다.

한 네티즌은 “경제 성장이니 안보니 둘 다 좋지만 지금 중요한 건 미세먼지 대책이다. 경제 좋아지고 안보 좋아지면 뭐하냐. 다 병들게 됐는데…”라며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어떻게 해봐라. 사드보복으로 경제타격 받는 것보다 국민건강 해쳐서 의료비부담이 더 크다”며 대선 때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내는 후보한테 투표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다간 파란 하늘이 영영 도망가 버릴까봐 두려운 요즘이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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