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세계결핵의 날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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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23면   |  수정 2017-03-24

10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감염성 질환이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7천년 전 석기시대 인골에서 감염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질병 중의 하나다.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의 아슈르바니팔왕 시대에 만들어진 점토판에도 잦은 기침과 창백하고 차가운 피부, 피가 섞인 가래 등 결핵의 증상을 묘사한 문구가 나온다. 기원전 3천년경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폐결핵 흔적이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서울대 의대 해부학과 신동훈 교수팀이 350년 전 조선시대 무덤에서 발굴한 중년 여성의 미라를 전산화 단층촬영한 결과 폐결핵 감염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역사상 결핵에 희생된 세계적인 문학인과 예술인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음악가 쇼팽, 화가 뭉크, 작가 카뮈·카프카·도스토옙스키는 모두 결핵으로 생을 마감했다. 데카르트·볼테르·루소·칸트와 우리나라의 시인 이상, 소설가 김유정·이효석의 목숨을 빼앗은 것도 결핵이다. 결핵은 문학과 예술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오페라 라 보엠과 라 트라비아타는 결핵에 걸려 죽어가는 주인공 미미와 비올레타를 아름답게 그렸다.

인류를 괴롭혀온 결핵균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독일의 의사이자 세균학자인 로베르트 코흐의 연구 덕분이다. 코흐는 1882년 3월24일 베를린에서 열린 병리학 학술대회에서 결핵이 세균 때문에 발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지 100년이 지난 1982년 3월24일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IUATLD)은 그의 업적을 기념해 이날을 ‘세계결핵의 날’로 정했다. 바로 오늘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기념행사를 열다가 2011년부터는 결핵예방의 날로 이름을 바꿔 공식행사를 갖고 있다.

뛰어난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결핵은 못살던 시대의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결핵 1위국이다. 발병률·유병률·사망률 모두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지난해 새로 신고된 환자수가 대구 1천479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3만1천339명에 달한다. 2015년에만 2천209명이 결핵으로 숨져 우리나라 법정 감염병 중 사망자가 가장 많다. 정부나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결핵은 후진국 병이라는 인식부터 바꾸고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반드시 결핵검사를 받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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