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돼야 할까

  • 송국건
  • |
  • 입력 2017-03-27   |  발행일 2017-03-27 제30면   |  수정 2017-03-27
법리로는 구속 불가피 기류
사법권 침해해선 안 되지만
朴에 맞선 유승민 강조했듯
국격과 전직 대통령 예우,
사회통합도 감안할 필요
[송국건정치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돼야 할까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충돌할 때마다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 2015년 7월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는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공천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언급했다. 당시 대구·경북의 ‘진박(眞朴)’ 정치인들은 이를 맹비난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에서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다. 헷갈리는 사람이 있어서…”(최경환), “헌법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간관계가 먼저다”(조원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정책의 목표를 국민주권과 국민행복에 두고 모든 정책의 중심은 국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1조의 원리를 대통령이 직접 실천하고 있다.”(정종섭)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가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헌재 결정문)는 이유로 파면됐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퇴임)은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위법 행위다.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중대해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탄핵은 보수·진보의 이념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 수호의 문제”라는 보충의견을 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경고한 ‘대통령의 헌법 정신 훼손’이 파면 사유가 돼버렸다.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심리는 끝났고 사법처리 절차만 남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이르면 오늘(27일)이나 내일 중에,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결정된다. 일단 검찰 내부에선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총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이미 구속돼 재판 중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해 영장 청구 쪽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 여론도 구속 수사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2.3%로, ‘반대한다’는 의견 25.1%보다 앞도적으로 높다.(리얼미터 23일 발표)

다만 파면까지 당한 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 수사까지 해야 하느냐는 여론도 분명히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구·경북 주민들은 구속수사 반대(55.6%)가 찬성(39.2%)보다 우세했다. 지역민들도 대통령을 탄핵해야 되느냐는 여론조사에선 전국 민심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응답을 보였다. 그러나 구속 수사까지는 좀 그렇다는 반응이 더 많은 셈이다. 유승민 의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서 탄압을 받았지만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박근혜’를 놓고 마음이 쓰렸다”고 했는데, 그런 심정이 아닐까 싶다. 유 의원은 “국가의 품격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할 때 불구속 수사와 기소가 맞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면 그때 가서 (구속)처리하면 된다”고도 했다. 물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 정치가 사법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다만 정상 참작이란 게 있다. ‘피의자 박근혜’에 대해 시혜하자는 게 아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을 맞은 상황에서 사회통합을 위해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도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서울취재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