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눈높이 소통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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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  발행일 2017-03-27 제31면   |  수정 2017-03-27

한국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2위(2010년 기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갈등으로 발생하는 경제비용을 최소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으로 추산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들어 우리 주위엔 휴대폰, 전자우편, SNS 등 소통을 위한 도구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불통의 벽은 되레 높아만 가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사회는 갈등 공화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지속되는 갈등을 서로 이해하는 ‘열린 자세’와 상대방의 입장과 눈높이로 대화하려는 ‘눈높이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높이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미국 체조대표팀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선수들과 함께 다리 찢기 연습을 했다. 또 한 소년 앞에서 허리를 굽혀 자신의 머리를 만지게 하거나 바닥을 기는 아기에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오바마의 이러한 모습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많은 찬사를 보냈다.

인구 13만명의 작은 도시 칠곡군에도 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다. 그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앞에서 막춤을 선보이고, 젊은 주부들 틈에 끼여 아이들 얘기로 장시간 수다를 떠는 일도 다반사다. 직원들과는 한 달에 한 번 꼭 번개팅을 갖는다. 새내기 공무원들과 어울려 영화관람을 하고 치맥을 즐기고, 또 거리낌없이 볼링장을 찾아 공과 함께 몸이 굴러가는 신기술도 선보인다. 맹호부대 취사병 출신인 그는 구내식당에서 직접 요리사로도 변신한다. 모두 다 눈높이에 맞춘 소통을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일까. 최근 들어 칠곡군은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공직자의 청렴도는 최하위인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했고, 지역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갈등과 분열도 점차 치유되고 있는 모양새다.

동서고금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거창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마준영 경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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